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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금세대 여자 축구…캐나다 신화 노린다!

폭소만발·눈물바다…특별했던 월드컵 출정식

[취재파일] 황금세대 여자 축구…캐나다 신화 노린다!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출정식을 갖고 선전을 다짐했습니다.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여자 축구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출정식은 누구보다 선수들에게 각별했습니다. 대표팀의 간판 선수인 지소연은 지난해 남자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출정식을 현장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지소연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출정식을 누구보다 기뻐했고 고마워했습니다.

남자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홈 평가전 직후 경기장에서 성대한 출정식을 가져왔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여자 대표팀의 출정식은 조촐하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팬들과 함께 하는 출정식이라는 취지에서는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자유롭게 팬들과 어울리며 사진도 찍고 싸인도 해주면서 스킨십을 느낄 수 있었고, 소공연장 같은 작은 공간에서 숨은 끼를 발산하면서 많은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 웃음과 눈물이 함께한 월드컵 출정식

선수들은 입장 때 저마다 준비한 깜찍하고 익살스러운 포즈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지소연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포스터 처럼 한 손을 하늘로 치켜드는 자세를 취했고, 이금민은 바닥에 앉아 요염한 포즈, 이소담은 한 마리의 학과 같은 동작을 보여줬습니다. 대표팀에서 남다른 춤 실력을 갖고 있다는 권하늘과 이금민이 무대에 나와 음악에 맞춰 광란의 댄스를 선보이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작된 여자 대표팀 공식 단복까지 입고 나와 멋스러운 분위기도 연출했습니다.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출정식은 전가을의 눈물로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국내 여자 축구 W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인 전가을은 월드컵 각오를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여자 축구 선수로 산다는게 많이 외로웠어요"라며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전가을에게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전가을은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이 헛되지 않게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여자 축구에 대한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을 떠올리며 순간 감정이 복받쳤던 것입니다. 전가을의 눈물은 출정식 현장에 있던 팬들과 축구협회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습니다.

여자축구 출정식

출정식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는 지소연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 주말 연습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게 된 후배 여민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출정식 날 여민지의 엔트리 제외 발표가 나왔고 이 때문에 대표팀의 분위기도 가라앉았습니다. 지소연은 월드컵에서 여민지의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며 여민지를 위한 세리머니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출정식은 이처럼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 여자 축구 황금세대..사상 첫 16강을 향해!

이번 여자 대표팀은 한마디로 '황금세대'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 반짝에 그쳤지만 잠시나마 국민들에게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2010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 그리고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의 주역들이 성장해서 이번 대표팀에 대거 포진했습니다. 지소연, 정설빈, 임선주, 김혜리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멤버였고, 이금민, 이소담, 신담영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대표팀에서 활약했습니다.

여기에 1988년생 전가을, 유영아, 조소현, 김도연과 1987년생 심서연도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동아시아선수권 등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갖췄습니다. 공격수 박은선과 골키퍼 김정미는 2003년 미국 월드컵 대표로 뛰었습니다. 신구 조화가 잘 돼있고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여러번 호흡을 맞춰와 팀웍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메시' 지소연과 '박라탄'(박은선+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박은선이 투톱을 이뤄 보여줄 공격력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윤덕여 감독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체격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체력과 스피드를 꼽고 있습니다. 지난주 소집 이후 체력 훈련에 큰 비중을 두었고, 빠른 공수 전환을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우리의 조별리그 상대는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입니다. FIFA 랭킹 7위로 FIFA 여자 올해의 선수상만 다섯 차례나 수상한 골잡이 마르타를 보유한 브라질은 분명 어려운 상대이지만, 스페인(FIFA 랭킹 14위), 코스타리카(FIFA랭킹 37위)는 해볼만한 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FIFA랭킹은 18위입니다. 조 3위를 해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1승 1무 1패 (승점 4)의 성적을 거둔다면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처음으로 출전했던 2003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를 상대로 3전 전패 (1득점 11실점)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당시 주전 장갑을 끼었던 김정미 골키퍼는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한국 여자 축구는 2010년 최고의 시기를 보낸 이후에도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왔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8강, 2014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 2014년 인천아시암게임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연령별로 차근차근 국제 경쟁력을 다져 온 한국 여자 축구가 이번 캐나다 월드컵에서 '2010년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흘린 '눈물'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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