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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걸린 듯 전복된 車…사고 유발 '교통섬'

<앵커>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대형교차로에 만든 이런 섬 모양의 시설을 교통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 교통섬은 주변 교통환경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서 오히려 사고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들었다가 철거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이 과정에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차량 한 대가 빠르게 달리더니, 앞선 차를 추월하자마자 뭔가에 걸린 듯 뒤집혀 버립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남성이 숨졌습니다.

서울 상암동 사고 현장에 가 보니 왕복 9차선 도로 맨 왼쪽 차선에서 교통섬 개선 공사가 한창입니다.

사고 차량은 이 교통섬에 걸려 전복된 겁니다.

[공사 관계자 : (왜 공사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 차선이 넓다 보니까 아마 이쪽에 사고가 많이 나는 모양이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니 맨 왼쪽 차로가 다른 차로에 비해 유난히 넓습니다.

넓은 차로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이 많은데 교통섬 때문에 갑자기 도로 폭이 좁아져 사고가 일어나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 충돌사고도 있고 그런 걸로 알고 있어서 현장조사를 해보니 너무 넓어서 공사할 때 약간 설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서울 구로구에 있는 이 교통섬은 아예 철거될 예정입니다.

오르막인데다 급격하게 우회전하는 차로에 교통섬이 설치돼 있어서 운전자가 교통섬으로 가는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교통섬의 한 모서리엔 사고의 흔적으로, 이렇게 차도와 맞닿아 있는 돌이 부서지거나 까만 바퀴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고가 잇따르자 주민들은 아예 교통섬을 없애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습니다.

[김상옥/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 : 밤이 돼서 조금 더 빨리 달리거나 하면 (교통섬) 왼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구축돼 있는 거죠.]  

최근 3년 동안 전국에 교통섬 126곳이 만들어졌는데, 13%가 넘는 17곳이 벌써 철거됐습니다.

교통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만든 일부 교통섬들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고, 만들었다 철거하느라 세금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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