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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래 한 곡에 5년째 국론분열…국회 위 국가보훈처

김무성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 내용 없다…제창해야"

[취재파일] 노래 한 곡에 5년째 국론분열…국회 위 국가보훈처
35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렸습니다. 군사정권의 폭거에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은 열사들의 뜻을 기리는 숭고한 자리이지만, 언론의 관심은 온통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 쏠렸습니다. 5.18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 단체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공식 행사에서 제창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가보훈처가 이를 불허하면서 생긴 갈등 탓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오늘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진행했습니다. 합창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참석자들 가운데 원하는 사람은 따라부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제창은 합창단과 참석자가 다 같이 부르는 형태입니다.

참석자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습니다. 국회를 대표하는 정 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국회는 앞서 2013년 6월27일 본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전원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습니다.
[슬라이드 포토]
가장 관심을 모은 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였습니다. 어제 전야제 행사를 찾았다가 일부 시민의 거센 항의에 금방 자리를 떠야했던 김 대표는 오늘 정부 주최 행사에선 문재인 대표와 나란히 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습니다. 다만 태극기를 흔들지는 않고 노래만 따라 불렀습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자리에서 일어서긴 했지만 노래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기념식 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한 소신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두 시민 열사의 영혼결혼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래임을 설명하면서 "가사 어디에도 종북적인 내용은 없다. 못 부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제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장과 많이 이야기 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제창 방식으로 불렸지만, 이후 일각의 문제제기로 2009년~2010년 식전행사 합창, 2011년~올해 본행사 합창 방식으로 불려왔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결의안까지 내고, 그 수장인 국회의장 뿐만 아니라 여야 대표가 기념곡 지정과 제창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가보훈처는 아래의 이유를 들어 기념곡 지정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중의례를 할 때 순국선열,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없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여서 부적절하다는 일부 보훈.안보단체의 의견이 있음.
②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됐고,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있음.
③ 정부 기념식에서 기념일과 같은 제목의 노래(ex.4.19의 노래)는 제창하고, 기념일과 다른 제목이 아닌 노래는 합창으로 해오던 관례가 있음.
④ 애국가를 포함해 지금까지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1호 기념곡이라는 상징성을 두고 또다른 국론 분열 우려

국가보훈처는 일부 보훈, 안보단체의 요구(①)와 북한의 영화에 이 음악이 쓰였다는 사실(②) 정부의 관례(③) 등을 근거로 기념곡 지정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국회의 결의안 뿐만 아니라 여야 당 대표로 대표되는 여론의 요구가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또 ①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통합진보당이었지만 이미 해산됐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도 본 적 없을 법한 북한 영화에 쓰인 노래여서 부적절하다(②)는 것도 설득력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노래 제창이 우리 체제 유지에 실제적인 위협이 되는지 냉정히 평가해보면 될 일입니다. 기념일과 같은 제목의 노래만 제창해왔다는 관례 또한 이 논란으로 벌어지는 국론 분열이 가져올 부작용에 비하면 비할 바가 못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로 5.18 행사는 5년 째 정부 행사와 5.18 유가족 등 민간 행사가 따로 열리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면 국론분열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매번 결정을 미루고 난색을 표하면서 수년째 국론분열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 모두 틈만 나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해왔습니다. 노래 한 곡을 둘러싼 국론분열을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 대통합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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