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임제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 임제혁 변호사:
오늘은 대법원에서 다음 달 28일에 공개 변론을 하기로 한 게 있습니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것인데 이 얘기부터 할까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개변론. 흔히 열리는 건 아닌 거죠?
▶ 임제혁 변호사:
네. 흔히 열리는 건 아니고 더더욱 이번에는 전원 합의체 재판부에서 열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원 합의체라는 게요. 대법관 전부가 나오는 재판부입니다. 전원 합의체가 구성된다고 하는 건 기존에 판례 태도를 대법원이 바꿀 수도 있다, 라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번에 공개 변론하는 건 어떤 내용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이혼과 관련된 겁니다. 결혼이 파탄에 이르게 된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 유책 배우자라고 하는데요. 원칙적으로 유책 배우자는 파탄의 책임이 없는 상대방, 나머지 배우자에게 이혼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그랬는데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지금까지는. 대법원이 50년 동안 유지된 태도인데. 이번 공개 변론의 장을 마련한 사건의 배경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인과 살던 남성이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고 별거를 해오다가 상당한 기간이 흘러서 자기의 법률상 부인한테 이혼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결국에는 쉽게 말해서 바람을 피운 사람이
▷ 한수진/사회자:
잘못을 했는데?
▶ 임제혁 변호사:
잘못을 했는데 이제 이혼을 해주십시오, 이혼시켜 주십시오, 라고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원 합의체 재판부를 열게 된 거죠. 공개 변론을 열고.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는 파탄의 책임이 없는 상대자에게 이혼을 구할 수 없는 거죠? 잘못한 사람이?
▶ 임제혁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문제를 한번 공개변론을 열어봐서 논의해보자, 한다는 말씀이신데. 간통죄 위헌 결정 내리면서 이혼 소송도 달라지고 있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간통죄 위헌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회의 결혼관, 가족관, 여성의 지위의 변동이 생겼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요. 물론 간통죄 위헌이 이혼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간통죄 폐지로 바람난 배우자에 대한 처벌을 구하기 어려워진 거잖아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가정이라는 틀을 형식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의 자유의 영역에 법이 개입하지 않겠다, 라는 뜻이고 결국 결혼도 명목상 형식상의 유지보다는 이미 깨졌느냐 아니냐의 실제를 더 중시할 명분이 생겼다는 거겠죠. 그런 선상에서는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문제를 자세히 보면 말이죠.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던 거고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아직까지 원칙적으로 상대방이 결혼을 망쳤다, 파탄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요구하는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책배우자 본인, 잘못한 사람이 직접 나 이혼하겠오, 이혼시켜주십시오, 하는 경우에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씨가 더 많은 동정을 받은 이유 중에 하나가 그 점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 임제혁 변호사:
그 경우에 법원이 들었던 이유가 이건 사실 하급심에서 더 얘기가 많았는데 이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이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때 이혼을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잘못한 배우자가 이혼을 구하는 것이 아무리 적반하장이다, 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계속 살아라 ,라고 하는 건 이건 너무하다, 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이혼을 해주긴 했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인정을 하는 경우도 있긴 있었다?
▶ 임제혁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앞으로 계속 유책주의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관심이 크잖아요?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 임제혁 변호사:
간통죄 폐지되기 전까지도 일종의 7전8기였습니다. 계속 합헌, 합헌 나오다가 결국 위헌이 됐던 건데. 우리나라 최고 법원에서 이혼에 대한 기본 기조를 바꾸는데 아직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 한수진/사회자: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임제혁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조금씩 변화는 있는 거고요?
▶ 임제혁 변호사:
적어도 기존 태도에 대해서는 유책주의에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변화는 있지 않을까. 민법상 법률 자체로도 유책주의가 원칙이 돼 있거든요. 해석의 탄력성을 고려하려고
▷ 한수진/사회자:
왜 유책주의가 원칙이 된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그게 당시에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보면 여성분들의 경제적 자립도가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었고요. 아마 이런 분들 많으실 거예요. 할머니가 두 분인 집. 큰 할머니 작은 할머니. 아니면 외삼촌인데 외할머니는 각각 다르다든지. 그런 집이 많습니다, 옛날 보면. 그때 있을 법한 게 축출이혼이라는 건데. 첫 부인하고 둘째 부인이 생겼는데 첫 부인은 아들을 못 낳는다, 아니면 마음이 갔다, 라고 하면서 내보낼 수도 있는 건데.
▷ 한수진/사회자:
그냥 내쫓아버리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
그러면 경제적 자립도 안 된 상태에서 축출이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유책주의를 택했다.
▷ 한수진/사회자:
그냥 내쫓기는 것을 일방적으로 막기 위해서 유책주의를 우리 법에서는 택하고 있었는데
▶ 임제혁 변호사:
이제는 축출이혼이라는 게 이제는 있지도 않을 거고 여성의 경제적 능력도 상당히 높아졌고 하니까 그만큼 기본 바탕의 변화가 생긴 건 맞죠.
▷ 한수진/사회자: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고요. 어떤가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는 유책주의보다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
미국, 독일, 프랑스 모두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고요. 일본 같은 경우는 최고재판소에서 판례 변경을 해서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 입장에서는 어떠세요?
▶ 임제혁 변호사: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 한수진/사회자:
네. 이혼에 있어서.
▶ 임제혁 변호사:
지금까지 대부분 기조였던 유책주의라는 건 민법 840조 규정을 따르는 건데요. 이건 형식적으로 이혼이 쉽게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누군가 책임을 물려야 하니까. 가정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결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어요. 파탄주의라는 건 이미 결혼이 결혼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몸과 마음의 결합체인데 그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뢰가 깨져있는 상태에서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닌 거잖아요. 더 이상 부부생활이 아닌 거고. 결혼의 실질이 없어지면 이건 법이 갈라 세울 수도 있는 거다.
▷ 한수진/사회자:
파탄주의라는 게 실제로 파탄이 났으면 결혼이
▶ 임제혁 변호사:
네.
▷ 한수진/사회자:
거기에 책임이 있더라도 배우자에게 이혼 신청권이 있다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
이미 파탄에 이른 결과를 법원이 이혼으로 인정해주자는 거니까. 소위 말하는 적반하장이라는 책임질 사람이 오히려 이혼을 해달라는 걸 법원이 받아준다는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나는 점은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변호사님 입장에서는 유책주의를 그대로 고수하는 게 맞다고 보시는 거예요?
▶ 임제혁 변호사:
저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책주의 하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게 하나 있는데요. 남은 아이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 문제.
▶ 임제혁 변호사:
유책주의라는 건 결국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리는 거기 때문에 이혼 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돼요. 누군가는 너 때문에 깨졌다 하는 거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혼이 안 되게 하려면 네가 더 나빴다, 하고 맞받아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러면 갈라선다고 하더라도 서로 보기가 껄끄러운 거죠. 그 사이에 자녀들은 어떻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상처를 많이 받겠죠. 만약에 이번에 대법원이 공개변론에서 유책배우자의 손을 들어줘서 인정하게 된다면 위자료 문제 같은 건 어떻게 됩니까?
▶ 임제혁 변호사:
사실 위자료는 별개 문제입니다. 이혼 소송을 보면 이혼 자체,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 이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패키지 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유책주의가 파탄주의로 돌아선다고 해도 결혼을 망친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에요.
▷ 한수진/사회자:
이혼을 하게 해준다고 해도?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오히려 쉽게 이혼이 가능해진 대신에 그 결혼을 유지하려고 애쓴 나머지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 여기에 대해서는 더 크게 위자료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위자료를 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오히려 앞으로는 그걸 더 현실화 시켜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어쨌든 유책주의가 그동안 이혼 소송하는 데 있어서는 양육비나 재산 분할에서 경제적으로 약자였던 여성들에게 버팀목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죠?
▶ 임제혁 변호사:
그건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소송을 하다 보면 유책주의라고 해서 결론이 타당하게 나온다. 정말 찝찝함이 없이 결론이 났다 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간통죄도 폐지 됐고요. 이와 비슷한 소송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변호사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말씀 좀 해주고 싶으세요?
▶ 임제혁 변호사:
이런 소송, 소위 말하는 적반하장 변호사도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어쨌든 정말 중요한 건 SBS 주말드라마죠.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에서도 나오더라고요. 간통죄 폐지가 간통권을 인정한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혼에서 파탄주의가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무 자르듯 결혼을 손쉽게 정리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대법원에서 위자료, 양육비 등 현실화를 통해서 간통죄 폐지 이후 이혼이 더 쉬워지는 파탄주의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억울한 일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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