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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이 마약 청정국?…하수에서 마약류 검출, 폭넓은 소비 가능성

[취재파일] 한국이 마약 청정국?…하수에서 마약류 검출, 폭넓은 소비 가능성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그 지위를 잃어버릴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취재파일] 송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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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환경공학부 오정은 교수팀과 호주 퀸즐랜드대 환경독성연구센터 공동으로 우리나라 생활하수 원수를 채집해 마약 잔류물질 검사를 했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부산의 하수처리장 10곳과 울산 하수처리장 2곳 그리고 경남 창원과 김해 밀양 등 3곳을 합해 모두 15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원수를 채집했습니다. 지역사회의 하수 속에 잔류하는 마약류 분석을 통해 전체 마약 소비량을 추정하는 ‘하수 역학(sewage epidemiology) 방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겁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조사방식이 이미 2001년부터 보편화 됐다고 합니다.
 
● 생활하수에서 필로폰 등 마약류 다수 검출…처음으로 확인, 학계에 발표
[취재파일] 송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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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채집한 시료에서 마약 잔류물질 17종에 대한 검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필로폰 성분인 ‘메스암페타민’과 각성제인 ‘암페타민’ 마약성 진통제인 ‘코데인’이 검출됐습니다. 그것도 전체 시료의 90% 이상에서 나온 겁니다. 국내 생활하수에서 마약 잔류물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밀양의 한 시료에서는 속칭 ‘러브 드럭’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인 MDA 성분도 나왔습니다.
 
● 마약 투약 뒤 대소변으로 체외 배출 가능성 매우 높아
[취재파일] 송성준
더욱 심각한 것은 하수에서 잔류되어 있는 마약류가 사람들에게 직접 투약된 뒤 배출됐는지 여붑니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 등지에서 사용했던 마약성분이 하수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시람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때 몸 밖으로 메스암페타민과 암페타민으로 분리 배출된다고 합니다. 즉 필로폰 100 %를 투입했을 때 몸 밖으로 메스페타민이 43% 암페타민이 4~7% 정도 배출되는데 그 비율이 5.1~ 10.3의 범위 안에 있으면 인체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부산대 오정은 교수는 밝혔습니다. 그 결과 15곳 가운데 3,4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기준치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즉 사람 몸으로 필로폰이 투약된 뒤 대 소변 등으로 나왔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 대도시 보다 중소도시에서 필로폰 검출 2~4배 높아
[취재파일] 송성준
그런데 통상 필로폰 소비는 유흥가가 많은 대도시 지역이 중소 도시 보다 높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부산이나 창원 울산지역 보다 김해와 밀양지역에서 오히려 검출 농도가 2~4배 정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 알 수는 없었지만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 적발된 마약사범 보다 실제 마약 투약자가 20배 정도 많을 수도 있어
[취재파일] 송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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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팀은 이러한 방식에 따라 각 지역별로 마약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추론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부산시의 경우 전체 3백70만 명의 인구 가운데 3750명이 마약을 투약하고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2012년 기준 사법당국에 적발된 부산지역 마약사범은 792명 이었습니다. 작발 비율은 21%에 불과하고 80% 가량은 마약을 투약하고도적발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추론이 나왔습니다.

울산시의 경우도 적발된 마약 사범은 45명인데 반해 마약 사용자는 490명으로 적발된 비율은 9%에 불과했습니다. 김해시의 경우는 1090명이 마약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마약사범 적발은 한 명도 없었고 밀양도 적발 비율은 4%에 불과했습니다. 즉 마약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중 소 도시 일수록 실제 마약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오 교수팀은 하수역학 방식을 통해 국내 인구 천 명당 필로폰 사용량이 22mg에 달하고 전국 암페타민 연간 사용량은 약 410kg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2년 대검찰청 마약백서에서 연간 압수된 필로폰 양인 21kg 보다 20배 가량 많은 수치입니다. 즉 필로폰 등의 마약이 우리 생활 주변에 폭 넓게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 한국, 선진국에 비해서는 마약 사용 아직 크게 낮아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국외에서 흔히 발견되는 코카인이나 메사돈류 몰핀류 대마초류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내 필로폰 소비량은 중국이나 홍콩에 비해 2~5배 정도 유럽 미주지역에 비해 약 4~80배 정도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 검출된 코데인은 국내 처방 마약류로 국외 사용량에 비해 약 10~100배 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앞으로 대상 지역과 시료 채취 기간 확대 필요
[취재파일] 송성준
오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됐습니다. 오 교수는 이번 조사는 짧은 시료 채집 기간과 국내 일부 지역의 시료라는 한계점이 있는 만큼 추후 서울과 경기도 등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중소 도시지역이 대도시 보다 왜 더 마약 소비가 높게 나오는 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는 드러난 것 보다 우리 주위에 마약 소비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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