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진태 총장의 검찰, 홍준표 지사 구속영장 청구할까?

[취재파일] 김진태 총장의 검찰, 홍준표 지사 구속영장 청구할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심봉사 수사'라고 표현합니다. 검찰은 눈을 감고 링에 올랐습니다. 사건은 간단합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죠.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핵심적인 인물은 당연히 성 전 회장입니다. 그러나 핵심 인물이 사망했습니다. 금품을 줬다는 음성파일과 메모지 한 장만 남았습니다. 아무리 압수수색을 하고 주변 인물들을 소환조사해도 안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검찰은 수백만 개의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반적인 수사는 금품 공여자의 진술을 뼈대로 보강 증거를 맞춰나갑니다. 공여자의 진술은 건물의 뼈대와 같습니다.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따라서 건물을 튼튼하게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이번 수사는 뼈대가 없습니다. 땅도 척박합니다. 사막에서 뼈대도 없이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수사였습니다. 아니 불가능한 수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법 검찰은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성 전 회장 과거의 행적들을 어느 정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한 인물의 과거의 동선을 일정표와 차량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기록들...심지어 주차위반 딱지까지 찾아서 붙여놨다고 하죠. 눈감고 시작한 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길을 찾아 온게 사실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정도 단서를 가지고 수사를 하라면 검찰 어느 누구도 번쩍 손들고 수사팀에 합류할 사람들 없었을 겁니다.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메모지에 친박계 실세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돈의 액수가 적혀 있습니다. 망자는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해 포효하려 했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사건입니다. 한쪽에서는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지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수사 단서가 부족해서 대충 뭉개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사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뒤에는 '특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검에서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고 하면 검찰로서는 가장 답답한 경우에 봉착하게 됩니다. 검찰총장이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검찰로서는 '외통수'였습니다. 떠밀려서 한 수사지만 쉽게 누굴 봐줄 수도 없는 사건이 되버린 겁니다. 검찰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수사할 수 밖에 없어졌습니다.

검찰은 홍준표 경남지사를 첫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메모지에 등장하는 8명을 수사하는 과정을 8층 건물에 비유한다면 홍지사에 대한 수사는 1층에 해당합니다. 뭐든지 처음과 기초가 중요합니다. 가장 자신있는 수사라는 검찰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언젠가는 써내려갈 수사결과 발표문을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가장 잘 된 사건을 맨 앞에 올려서 국민들 앞에 검찰의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 '진정성'은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국민들에게 "한점의 의혹도 없이 봐주지 않고 수사했다. 믿어달라."는 얘기를 어떻게 포장할지...이제 바둑으로 말하면 끝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포장의 첫 단추는 구속영장 청구입니다. 통상적으로 피의자의 신병처리, 그러니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피의자를 소환조사한 이후 사나흘 안에 결정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홍 지사가 검찰에 소환됐으니까 만 사흘이 지난 셈입니다. 검찰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홍준표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결정할 게 자명한데,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합니다. 법리적으로 간단치 않은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픽_검찰홍준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는 은어로 검찰에서는 '골~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구속이 단죄는 아니지만 피의자의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적인 수단은 맞습니다. 구속 여부에 따라 수사의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일 겁니다. 영장이 발부되느냐 기각되느냐를 놓고 검찰이 법원과 매번 법리논쟁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짚어봐야할 부분은 홍준표 지사의 혐의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이냐는 겁니다. 검찰은 보통 정치자금법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준을 '2억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 편차는 있습니다. 액수로 따지자면 홍 지사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면 불구속 기소하면 됩니다.

자, 그런데 검찰이 보는 홍 지사의 혐의는 더 있습니다. 바로 '회유 의혹'입니다. 1억 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번복하도록 홍 지사의 측근들이 윤씨를 회유했고, 지시한 인물이 홍준표 지사라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회유 시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간단치 않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이유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은 바로 '증거인멸의 우려'입니다. 회유했다는 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고 또 돈을 전달했는지 아닌지 정확하진 않아도 뭔가 홍 지사 측이 켕기는게 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증거가 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회유 의혹을 수사했다는 건 구속영장을 청구를 대비한 검찰의 '명분쌓기' 입니다.홍 지사가 광역단체장인데 도주우려가 있거나 사는 곳이 애매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영장청구를 한다면 검찰이 법원을 압박할 두 개의 명분은 바로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증거인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억 원까지는 아니지만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영장 청구의 안전장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고민은 또 있습니다.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는 경우입니다. 검찰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검찰 밖에서는 허술한 수사,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될 겁니다. 이미 홍준표 지사는 소환 조사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검사 출신 답게(?)'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군불때기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혐의 입증을 위한 카드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영장을 다시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도 됩니다. 기소도 하기 전에 검찰은 커다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은 발부와 기각될 확률과 이후의 '경우의 수'를 정교하게 맞춰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이 경우는 어떻습니까? 영장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여론의 뭇매를 맞느니 차라리 불구속 기소하는 것입니다. 불구속 기소한 이후에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예상해보셨습니까? 상대는 집권여당의 대표를 지낸 유력 정치인입니다. 현재는 광역단체장이고요. 검찰 출신 가운데 사회적으로 가장 명망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여당의 유력 인사라는 이유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언론보다 야당이 포문을 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야당 의원들이 피의자일 때에는 체포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정당을 해산까지 하는 마당에 여당 유력 인사는 솜방망이로 때린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검 카드를 다시 만지막거리며 검찰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기각이 되도 불구속 기소해도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의 수도 검찰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기 어려운 수사입니다. 의혹의 대상이 여권의 핵심인사들이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선입견은 더욱 더 컸던 게 사실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법조인들에게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을 실체적 진실로 만들어내라는 요구가 냉정하게 보면 사실은 지나친 면도 있습니다.

시작부터 '외통수' 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검찰은 직접 돌파해야 합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시간은 검찰의 편이 아닙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억측과 낭설이 검찰의 운신의 폭을 옥죌수도 있습니다. 판단은 정교하되 신속해야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