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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 개-폐회식 총감독 대통령이 뽑나?

[취재파일] 평창 개-폐회식 총감독 대통령이 뽑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오는 16일이면 꼭 1천일 남게 됩니다. ‘G(game)-1,000일’을 기념하기 위해 평창조직위원회와 강원도는 이날 서울과 춘천, 그리고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평창, 강릉, 정선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합니다. 김연아, 이규혁, 강수진 등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들을 비롯해 각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대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섭니다.

원래 이 날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연출할 총감독 공개였습니다. 평창조직위는 G(game)-1,000일인 5월16일에 총감독을 선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밝혀왔습니다. 지난 1월20일 기자회견에서 평창조직위 2인자인 곽영진 기획행정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201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구촌의 관심을 모을 개-폐회식 총감독은 오는 5월 선정하고 부문별 감독단은 6월에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 조직위는 지난 3월18일 일반인에게도 총감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반 공모’도 실시하겠다며 총감독 추천위원회의 지명과 개인의 일반 응모 등을 통해 후보자를 뽑고 나서 최종 선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내 문화계 인사와 역대 개·폐회식 총감독을 역임한 해외 전문가들로 구성한 '총감독 선정위원회'의 엄정한 과정을 거쳐 5월 중 총감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지난달 10일에는 조양호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역대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역임한 ‘해외 자문그룹’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데이비드 애킨스(60·호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을 담당한 콘스탄틴 언스트(54·러시아),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았던 돈 미셔(75·미국) 등 쟁쟁한 인물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양호 위원장은 “대회 개막 1천일을 앞둔 5월16일 총감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평창조직위 수뇌부의 약속과는 달리 정작 G-1000일을 3일 앞둔 지금까지 총감독이 발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평창조직위 홍보팀은 “여러 변수로 인해 16일 총감독이 국민들에게 공개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16일에 발표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여러 변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총감독 선임의 실무를 맡고 있는 조직위 문화국장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평창조직위 사정에 정통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후보자에 대한 최종 심사가 늦어져 아직 총감독을 선정하지 못한 것 같다. 심사 작업은 늦어도 내일까지는 끝날 것이다. 그런데 심사 결과 적격자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평창조직위도 이 점을 걱정해 발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것 같다. 어찌됐든 16일에 총감독을 발표하지 못할 경우 그 이유를 국민과 언론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평창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이와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개-폐회식 총감독은 문체부 장관의 승인은 물론 청와대의 재가가 떨어져야 발표할 수 있다. 조직위가 총감독을 선정해도 청와대에서 거부하면 안 된다. 홍보팀이 말하는 변수라는 게 그것 말고 다른 것이 있겠는가? 만약 조직위가 선정한 총감독을 청와대가 싫다고 하면 다시 뽑는데 최소한 한두 달은 또 걸릴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발표할지 말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선임을 정말 청와대, 즉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창조직위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청와대의 ‘OK 싸인’이 떨어져야 발표가 가능하다면 선임 작업을 더 미리, 더 빨리 서둘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꼭 1천일 앞둔 5월16일에 개-폐회식 총감독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누가 시킨 게 아니고 평창조직위 스스로 수차례 약속하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발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평창조직위가 그동안 낙제점을 면치 못했던 경기장 건설 등과 달리 총감독 선임은 많은 돈이 들지도 않고 다른 기관의 협조를 받지 않아도 되기에 더 말이 안 됩니다. 평창조직위와 강원도가 16일에 준비하고 있는 기념행사는 주로 ‘볼거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시적인 ‘볼거리’보다 지금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올림픽 준비 업무를 제때에 차질 없이 완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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