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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운명은?

[취재파일]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운명은?
어제(11일) 아침 경상남도 공보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홍준표 도지사 기자 간담회가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0시 반에 시작된 간담회. 기자들은 간담회 30분 전에 벌써 소회의실을 가득 메웠습니다. 홍 지사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소 초췌한 얼굴에 자못 비장한 얼굴이었습니다. 메모수첩을 꺼내 준비해 온 자신의 입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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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준표 경남도지사.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스타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죠. 당내 비주류로 집권 여당 원내 대표와 대표 최고위원까지 역임했던 인물입니다. 국회를 그만 둔 뒤 돌연 자신의 고향이 있는 경남에 내려와 도지사의 길을 열었고 여권 내 대권 후보 2위까지 올라갔던 야심가이기도 합니다. 도지사 시절 내내 바람 잘 날 없는 언행으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던 행정가이기도 합니다. ‘진주 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철폐’ 등 복지 관련 전국적인 논쟁의 불을 지폈던 화제의 인물입니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듯했던 홍지사의 앞길에 뜻밖의 ‘성완종 자살사건’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2011년 당 대표 경선에서 성 회장으로 부터 경선 자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자살 메모가 발견된 겁니다. 지난 8일에는 검찰에 소환돼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홍 지사는 자신의 친정인 검찰 수사 앞에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셈입니다. 찢어질 듯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잘 극복하고 ‘개천에서 용’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에서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홍지사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홍준표 검찰 출석
 
● “경선 기탁금 1원 2천만 원은 집사람의 대여금고 현금…공천 헌금 아니다.”
 
홍 지사는 이날 한나라당 대표 출마를 위한 경선 기탁금 출처에 대해 먼저 해명했습니다. 홍 지사가 낸 기탁금이 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서 나온 것 아닌지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홍 지사는 돈의 출처에 대해 “아내의 비자금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내가 홍 지사 몰래 2004년 8월부터 우리은행 전농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만들어 현금을 보관해 왔다는 겁니다. 보관 현금은 3억 원. 이 가운데 아들 결혼식 때 3천만 원을 , 경선 기탁금으로 1억 2천만 원을 쓰고 1억 5천만 원을 현재 보관 중이라는 겁니다. 홍 지사는 변호사 시절 11년 동안 생활비로 매달 2천만 원씩 줬는데 아내가 이 돈을 다 쓰지 않고 대여금고에 보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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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8년 여당 원내 대표 시절 매달 4, 5천만 원쯤 되는 국회 운영비 가운데 자신의 활동비 일부를 절약해 아내의 생활비로 줬는데 이 또한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돈은 매달 백만 원 안팎으로 크지 않고 대부분은 변호사 시절 모아둔 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홍 지사는 “어떻게 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돈인데 부정한 돈을 받아서 바로 정치자금 계좌에 현금을 넣어 그 돈을 바로 인출해 제출하겠느냐”며 이 문제는 검찰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내가 상세하게 진술서를 작성해 오늘 담당 변호사에게 제출했다고 설명습니다. 또 아내가 대여금고 CCTV에 돈을 찾아가는 장면이 녹화돼있을 테니 검찰에서 조사해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공직자 재산등록 왜 누락? “대여금고 존재 사실 몰랐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홍 지사 재산등록에는 대여금고에 있던 아내의 비자금 현금 3억 원의 신고가 누락돼 있습니다. 홍 지사는 “대여금고 존재 사실을 몰랐고 이번에 알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선 당시 아내가 준 거액의 현금 출처를 묻지도 않고 무조건 받을 수 았을까요? 또 공직자 재산 등록에는 본인은 물론 아내와 자녀의 재산도 등록하도록 돼 있습니다. 아내의 재산 신고에 대해 대화가 없었을까요? 궁색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만 원 이상 현금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 윤리법 위반입니다. 홍 지사는 재산 신고 누락부분에 대해 검찰이 입건하면 조사를 받겠다고 해명했습니다.
 
● 국회 활동비를 생활비로? “활동비 절약해 준 것. 문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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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습니다. 원내대표 활동비를 생활비로 쓴 대목입니다.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는 여당의 원내대표에게는 월 평균 4천만 원 정도의 국회 대책비가 지급됩니다. 원내 지도부에게 나눠주고 사무실 운영비로도 쓰는 등 국회운영을 위해 쓰는 돈입니다. 홍 지사는 이 돈에 직책 수당 성격의 자신의 활동비도 포함돼 있는데 이 돈을 절약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생활비로 준 돈은 월 백 만 원 안팎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특수 활동비 지침에 따르면 당초 편성한 목적에 맞게 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금의 사적 유용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 위법 자인…자충 수? 계산된 발언 가능성 커
 
그러면 법을 너무도 잘 아는 검사 출신 홍 지사가 공직자 윤리법 위반과 공금 횡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밝힌 이유는 뭘까요? 이 대목에서 홍 지사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 지사는 “아내의 대여 금고 속 현금 자체를 몰랐다”고 해명 했습니다.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법적 귀책 사유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입니다. 나아가 관련법 위반이 있다면 별건 수사하고 처벌받겠다고도 했습니다. 재산 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빠트리면 과태료 부과 대상 또는 공직자 윤리위에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로 처벌 받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국회 활동비 일부를 생활비로 전용한 것도 홍 지사는 “관례”라고 했습니다. “큰돈은 아니다” 라고도 했습니다 . 이 또한 “별건으로 수사하면 처벌 받겠다”고도 했습니다 홍 지사는 1억 원 수수에 대한 처벌의 경우 정치생명이 끝납니다. 하지만 경선 자금 알리바이만 지켜 낼 수 있다면 현금 신고 누락과 활동비 전용 같은 사안은 도덕적 비난 대상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설사 수사 대상이 되더라도 별건 수사로 처벌이 경미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윤 모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 신빙성 있나?” 배달 사고 가능성도 제기
 
홍 지사는 1억 원 경선자금 전달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윤 모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서도 화살을 돌렸습니다. 윤 부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겁니다.

먼저 “윤 부사장은 자신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과 장소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먼저 제시하면 그 다음 바로 일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뇌물 사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첫째가 알리바이고 둘째가 공유자 진술의 신빙성인데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중요한 사항이 일시와 장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 유지를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홍지사가 먼저 일정표를 제시하면 윤 씨가 그 일정에 끼워 넣어 돈을 주었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 때 윤 씨가 돈을 주었다는 시점과 장소가 특정되면 자신에게도 물어보라고 요구했는 데도 검찰이 물어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홍 지사는 또 윤 씨가 배달 사고 전력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 내렸습니다. 자신을 도왔던 모 전직 지자체 단체장이 2012년 12월 경남 도지사 선거 때 “성 전 회장이 큰 것 한 개(1억 원) 를 윤 씨를 통해 도지사 선거 캠프에 전달하라고 했는데 배달 사고가 났다는 예기를 전해 왔다”며 “이 전직 단체장도 검찰이 불러 조사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배달사고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이미 제출해 놓았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홍 지사 기소에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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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홍 지사의 이런 주장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성 전 회장으로 부터 받은 돈을 기탁금이 아닌 다른 곳에 썼을 가능성이 있고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기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홍 지사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기소 유지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굽니까? 홍 지사는 검찰 출신답게 사전 치밀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홍 지사는 “내 전 인생을 걸고 전 재산을 걸고 부정한 자금이 1원이라도 나오면 처벌을 받겠다”고 강조하며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검찰의 여론 재판에 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다는 판단이 들어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입증을 위한 검찰의 창과 홍 지사의 방패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요?  


▶ [5컷] 홍준표 "부정한 돈 1원이라도 나오면 처벌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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