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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금까지 번진 '반값' 논란

주목받는 광주시의 '반값 임금으로 車 업체 유치' 계획

[취재파일] 임금까지 번진 '반값' 논란
광주광역시가 근로자 임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생산직 1인당 임금을 기존 현대·기아차 임금의 절반 수준인 4천만 원대로 낮춰 완성차 업체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입니다.

광주시는 이미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목표 달성은 물론 기존 일자리조차 지키기 힘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자동차 업체들은 기회만 있으면 급등하는 인건비 부담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사장은 이달 초 한 행사에서 "한국 자동차업계의 인건비는 최근 5년간 50% 인상됐고 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잊혀질만하면 GM의 '한국 생산시설 축소'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은 비단 자동차 업계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기업 담당자들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의 이유로 노동시장 문제를 우선 꼽습니다.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국책연구원이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우리 경제는 그 동안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돼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생산성을 기반으로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는데, 이처럼 생산성이 높아지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메카니즘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습니다.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1971년에서 1990년 0.431에서 1991년부터 2006년까지는 0.467로 올랐습니다. 개선된 생산성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해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을 2005년에서 2012년의 기간에 적용해보니 생산성 개선의 고용창출 효과가 0에 가까운 0.033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생산성이 나아져도 고용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KDI는 생산성 개선이 고용 보다는 임금 인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런 임금 인상 효과는 근로자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달랐습니다. 생산성이 나아져도 정규직 고용에는 영향이 없는 반면, 비정규직은 임금변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KDI는 이를 토대로 기업들이 생산성이 개선돼도 고용보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꺼리는 대신 비정규직 채용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규직은 임금이 오르지만 전체 고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임금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대신 고용은 늘어나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생산성이 향상이 오히려 근로자간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KDI의 분석이 새롭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리고, 근로자 양극화를 좁히는 게 우리 경제의 과제라는 것에 대해 대부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의 난제여서 '구호'에 그치고 실천은 어렵다는 것에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이후 정부가 공을 들여 추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도 실천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광주광역시의 '반값 임금'도 우선은 '과연 실천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법이 정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위배되고, 노동계가 반발하는 등 실제 적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값 임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반값'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반값 복비'가 있었고, 그 이전엔 '반값 등록금'도 있었습니다. 모두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고비용 구조를 결국 파격적인 가격조정으로 출구를 찾은 사례입니다. 숙제가 돼버린 일자리 창출, 그 해결책을 고민하는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해답을 찾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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