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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월에 내리는 비는 꽃가루 비?

[취재파일] 5월에 내리는 비는 꽃가루 비?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면서 온갖 수목이 꽃잎을 활짝 열어 젖혔다. 어디를 가더라도 알록달록한 꽃과 신록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꽃가루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기도 하다. 민감한 사람은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결막염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온갖 꽃과 신록을 감상하기는커녕 괴롭기까지 한 것이다.
 
봄에 날리는 꽃가루는 대부분 오리나무나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같은 수목류 꽃가루다. 꽃가루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수목의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이다. 다음 세대를 만들어 종족을 보존하는 일이다.
 
꽃가루의 크기는 보통 5~150마이크로미터(㎛, 1㎛=1/1,000mm) 정도다. 보통 머리카락의 굵기가 10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꽃가루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정도 크기의 꽃가루가 눈이나 호흡기에 들어가면 곧바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꽃가루가 수분이 있는 눈이나 호흡기에 들어가면 수분을 흡수해 작게 쪼개지는 데 작게 쪼개진 꽃가루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철이면 수목 꽃가루가 하늘을 뒤덮고 가을이면 잡초 꽃가루가 대기 중에 가득 차는데 꽃가루가 혹시 날씨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을까?
 
최근까지만 해도 꽃가루는 대기 중에서 구름을 만드는 응결핵(condensation nuclei)에 비해 크기가 크고 또 무거워서 대기 중에 오래 머물지 못하기 때문에 응결핵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역할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꽃가루는 날씨나 기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결핵은 보통 대기 중에서 수분을 흡수해 구름을 만드는 일종의 구름 씨앗으로 아주 작은 것은 반경이 0.0006㎛ 정도인 것부터 아주 큰 것은 반경이 20㎛ 정도인 입자를 말한다. 꽃가루의 크기가 5~150㎛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꽃가루가 곧바로 응결핵이 되기는 쉽지 않다.
 
혹시 꽃가루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때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서 작은 입자로 쪼개질 가능성은 없을까? 대기 중에서도 꽃가루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때와 마찬가지로 수분이 충분히 있을 경우 몇 초 또는 길어도 몇 분 이내에 0.001㎛에서 2~3㎛ 크기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입자로 잘게 쪼개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습도가 높거나 수분이 많은 날에는 꽃가루도 충분히 응결핵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텍사스 A&M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꽃가루가 충분히 응결핵이 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Steiner et al., 2015).
 
연구팀은 흔히 볼 수 있는 꽃가루인 참나무 꽃가루와 자작나무 꽃가루, 삼나무 꽃가루, 가래나무 꽃가루, 돼지풀 꽃가루 등을 이용해 구름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꽃가루를 충분히 적신 뒤 수분이 많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다른 응결핵이 없이 꽃가루만 넣은 경우에도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물을 충분히 흡수해 잘게 쪼개진 꽃가루가 응결핵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구름을 만든 꽃가루를 확인한 결과 나노미터(nm, 1nm=1/1,000㎛) 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5~150㎛ 크기였던 꽃가루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원래 크기의 수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노미터 크기로 쪼개져 응결핵 역할을 한 것이다.
 
꽃가루의 이동거리는 바람이나 수분 등 기상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100~1,000km까지도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꽃가루는 지표부근 뿐 아니라 대류권 상층까지도 퍼져나가고 있다. 대류권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꽃가루가 응결핵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꽃가루가 집중호우와 같은 큰 비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꽃가루는 비를 만들고 비는 다시 수목을 성장 시킨다. 성장한 수목은 다시 꽃가루를 만들고 꽃가루는 또 다시 비를 만든다. 꽃가루가 적게 만들어지면 비가 적게 내릴 가능성이 있고 비가 적게 내리면 수목 성장에 문제가 생겨 꽃가루가 적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수목과 대기, 식물과 기후 사이에 하나의 되먹임(feedback) 과정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꽃가루라고 하면 주로 건강측면에서 접근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강관리 차원뿐 아니라 날씨나 기후변화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 꽃가루까지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참고문헌>
 
* Allison L. Steiner, Sarah D. Brooks, Chunhua Deng, Daniel C.O. Thornton, Michael Pendleton, Vaughn Bryant, 2015: Pollen as atmospheric cloud condensation nuclei.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5GL064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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