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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야 지도부가 野神 김성근에 배울 것

"승리는 선수 덕, 패배는 감독 탓"…정치권 '네 탓 공방' 정치 혐오만 증폭

[취재파일] 여야 지도부가 野神 김성근에 배울 것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한화 이글스의 돌풍입니다. 매시즌 최하위권을 맴돌던 한화 이글스가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 영입 후 승승장구하며 리그 3위까지 오르는 등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비 실책이 크게 줄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 한화 팬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팬들도 '이게 진정 한화 이글스'냐며 관심을 갖습니다. '김성근'이라는 개인에 대한 팬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합니다. '김성근 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김 감독이 청와대 강사로 초빙되기도 할 정도니 가히 '김성근'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전후 김 감독의 인터뷰나 경기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괜히 훌륭한 리더라는 칭송을 받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달 29일 3연승을 달리다 기아 타이거즈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맞고 9대 4로 진 경기 직후 김 감독은 패인을 묻는 기자 질문에 "(선발) 오더를 잘못 짰다"고 말했습니다. 수비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고 결국 패했지만, 선수들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일 최하위 KT에게 일격을 당한 뒤에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며 "나의 욕심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역시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 겁니다. 반면 이긴 경기에는 그날 수훈을 세운 선수들을 한껏 추어올립니다.

시선을 여의도 국회로 돌려보면, 이런 리더를 왜 야구장에서만 봐야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씁쓸해집니다. 
그래픽_여야 국회
5월 6일,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국회 규칙에 별첨으로 붙일지 말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판이 엎어졌습니다. 기여율이니, 지급률이니 복잡한 용어와 수식으로 점철된 논의 과정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지켜봤을 국민들은 속시원한 개혁안 통과 소식 대신 '막판 진통', '무산' 같은 울화통 터지는 소식을 들어야했습니다. 불과 나흘 전 여야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대타협에 성공했다고 자찬하더니 본질인 공무원연금도 아닌, 본격 논의조차 되지 않은 국민연금 문제로 개혁을 좌초시킨 겁니다.

여야 지도부의 대응은 복잡한 공무원연금 개혁 방식 만큼이나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복잡하고 착잡하게 만듭니다. 개혁안 통과 무산에 대해 반성은 커녕 서로 상대방만 탓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하자는데 왜 국민연금을 들고 나오느냐, 국민연금 개혁하려면 2천만 가입자의 의사도 들어야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새누리당, "실무기구 합의에서 그렇게 하기로 약속해놓고 왜 말을 뒤집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할 말이 있고 억울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여야는 개혁안 무산과 관련해 왜 이런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진정한 반성과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처리 무산 직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긴 했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을 변경하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며 야당을 꾸짖기만 할 뿐, 개혁안 처리 실패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김 대표는 본회의 다음날인 7일에는 아예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두문불출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사회적 대타협을 파기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겨냥했습니다.

6일 본회의에는 연말정산으로 떼어간 세금을 환급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 고충을 해결해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이 무산되면서 함께 좌초됐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조금 지연되더라도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법안들입니다. 

여야가 매사 첨예하게 다투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 "내 탓이오"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과 민생법안 처리 실패 같은 초대형 '실책'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몸을 낮추는 모습,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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