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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애니 '쟈니 익스프레스' 미국 진출하나?

[취재파일] 한국 애니 '쟈니 익스프레스' 미국 진출하나?
저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콘텐츠 분야 가운데 하나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공연, 음악까지 포함한 전체 문화 분야 가운데선 상대적으로 작은 비주류 산업입니다. 그래서, 8시 뉴스 리포트로 소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애니메이션이 어떤 다른 어떤 산업보다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그래픽(CG)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기술은 일반 영화의 특수시각효과(VFX) 분야뿐 아니라 광고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국내 업체들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 전망도 밝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굉장히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내 모션그래픽 전문업체인 '모팩 앤 알프레드'가 미국 4대 애니메이션 업체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사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개발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장편으로 개발하는 애니메이션은 모팩 앤 알프레드가 지난해 5월 유튜브에 공개한 단편 '쟈니 익스프레스(Johnny Express)'입니다. 일단 작품을 보시죠. (5:26) 

 
 

정말 기발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 영상을 지난해 여름 처음 봤는데요, 국내 업체 작품이라는 걸 알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눈에도 범상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알프레드 측 관계자는 "지난해 영상을 공개하고 며칠 만에 여러 해외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알프레드 측과 장편 애니메이션 개발에 합의한 회사는 '일루미네이션'입니다. 미국 4대 애니메이션 업체 가운데 하나죠. 미국 애니 업계를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즈니와 픽사: 디즈니는 자체 애니메이션팀 운영하는데, 지난해 '겨울왕국'으로 대박. 2006년 디즈니에 인수된 픽사는 계열사로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스토리' 시리즈 등을 계속 제작 중.
2) 드림웍스: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시리즈로 유명.
3) 20세기 폭스 산하의 블루스카이: 아이스 에이지, 리오 시리즈 등
4) 유니버설 산하의 일루미네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아래 사진)와 올 여름 슈퍼배드 내 캐릭터 '미니언'의 별도 작품도 개봉됩니다.
최호원 취재파일
일루미네이션은 2010년 슈퍼배드 1편, 2013년 2편으로만 전세계에서 15억1300만 달러 정도를 벌었습니다. 개봉년도의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1조 7천억원에 이릅니다. 슈퍼배드의 캐릭터들은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인기 상품으로 판매 중인데, 이 수익은 별도입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가진 상품 가치가 이 정도입니다.

모팩 앤 알프레드는 올 1월 영화 VFX업체인 '모팩 스튜디오'와 모션그래픽 전문업체 '알프레드 이미지 웍스'가 합병한 회사입니다. 모팩 스튜디오는 영화 '해운대', '늑대소년' 등의 CG을 담당했던 국내 대표 VFX업체입니다. 알프레드 이미지 웍스도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 분야에서 국내 대표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두 회사가 합병한 이유도 장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회사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을 공동대표로, 그리고 영화 투자제작사 쇼박스의 인재들까지 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최호원 취재파일
물론 쟈니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아직 시나리오 단계에 불과합니다. 2시간 짜리 장편으로 제작하려면 순수 제작비만 200억-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대충의 제작비 견적이 나올 겁니다. 이후 미국 일루미네이션과 한국의 모팩 앤 알프레드가 각각 얼마나 제작에 참여할 지 결정하게 됩니다. 일루미네이션의 모 회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슈퍼배드 때처럼 미국 전역 개봉을 밀어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최호원 취재파일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우선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내 제작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한국-캐나다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1월 미국 전역에서 개봉했던 '넛잡'(위 사진)의 경우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산 애니메이션 판정 과정에서 국산이 아닌 '외산'으로 판정을 받았습니다. 

방송국들은 국산 애니메이션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방영해야 하기 때문에 넛잡 방영이 어렵습니다. 넛잡은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람하며 창조경제의 대표 콘텐츠처럼 힘을 실어줬는데요, 결국 외산이었던 셈입니다. (사실 아직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넛잡은 국내 업체가 대부분 투자를 하고, 제작에도 절반 가까이 참여해 저작권도 국내 업체가 갖고 있습니다.) 하여튼, 쟈니 익스프레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해외 합작에 나서는 국내 애니 업체 대부분이 갖고 있는 고민입니다.
최호원 취재파일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쟈니 익스프레스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유는 우리 한국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넛잡의 경우 시나리오도 미국 작가에게 맡겼죠. 물론 미국적인 스토리 덕분에 전세계에서 1억1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죠. 하지만, 쟈니 익스프레스는 알프레드의 우경민 감독이 직접 고안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제작 분야에선 세계적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개발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우 자국 시장이 워낙 커 일본적인 스토리와 소재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하청으로 커온 한국은 최근 중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에게 일감을 뺐기면서 위기감이 높아져 왔습니다. 결국 세계 시장에서 통할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은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쟈니 익스프레스가 최종 완성된다면 2018년 초 정도에나 개봉이 가능할 겁니다. 쟈니 익스프레스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 더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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