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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여권도 힘들어…두 번 우는 이혼 가정

<앵커>

국내 이혼율은 몇 년 전까지 주춤하다가 최근 2~3년 들어서 다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이혼 부부의 상당수는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인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헤어진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 적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상처를 받는 일이 많습니다.

SBS 연중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6일)은 이혼 가정을 배려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짚어봅니다.

장훈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년 전 이혼한 장희정 씨는 최근 미성년자인 큰딸의 보험을 들려다 뜻밖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나중에 보험금을 문제없이 타려면 친권자인 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이윤경/보험설계사 : 만약 친권자가 나타나서 '나는 동의한 바가 없다'고 하면 양육권자가 보험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큰딸과 함께 중국여행을 계획했지만 끝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친권자인 전 남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어 큰딸의 여권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장희정/인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대표 : 그 당시 전 남편이 지방에 있었고 병원에 있어서 아파서 올라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권자가 없으면 안 되는구나 느끼는 거죠.]  

아이에 대한 친권이 있다 해도 걸림돌은 남아 있습니다.

17년 전 이혼한 윤 모 씨는 2년 전, 생활고가 심해져 아들의 병역 면제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병무청은 전 남편의 금전적 지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금융거래 조회를 위한 전 남편의 동의를 요구했습니다.

[병무청 관계자 : 아버지가 동의를 안 하면 우리가 재산이나 금융을 해당 기관에 조회할 수 없어요. 본인들이 아버지와 연락해서 우리한테 알려줘야죠.]  

사진에서조차 흔적이 지워진 전 남편은 이혼 직후 연락이 끊긴 터라 윤 씨는 결국 아들을 군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윤모 씨 :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이혼하면서 그 뒤로는 우리 애들도 안 보고 살았거든요. 그런 사람을 내가 어떻게 찾아서 동의서를 받아요.]  

지난해 이혼 건수는 11만 5천500건.

하루에만 316쌍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셈입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절반에 달해 친권을 둘러싼 불편과 갈등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엄경천/변호사 : (1960년부터)90년까지는 이혼한 경우 아버지만 친권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엄마도 친권자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30년간 정착된 제도라든가 관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고요.]    

친권자와 연락이 끊겼거나 힘든 경우 실제 아이를 키우는 양육권자에게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적, 제도적 배려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경·김성일·황인석,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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