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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인비 "위암 투병 할아버지께 '행복 바이러스' 드려야죠"

"우승하면 할아버지 수명이 1년씩 늘어나신대요"<br>"골프선수는 행복한 직업…2세도 골프 시킬 것"

[취재파일] 박인비 "위암 투병 할아버지께 '행복 바이러스' 드려야죠"
박인비는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박병준·82세)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딸의 갓난 아이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인비가 첫 손주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정말 인비를 엄청 이뻐하셨어요. 어느 정도였냐 하면 인비가 갓난 아이일 때 새벽에 배고파서 울면 부리나케 뛰어오셔서 인비에게 직접 젖 먹이는 시늉하면서 분유 꼭지를 물리시는 거에요.(웃음) 매일 '쪽쪽' 스킨십하면서 키우셨죠. 유치원부터 학교 행사에는 빠지지 않으셨구요. 인비가 골프를 하게 된 것도 할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셨고 2006년 미국 퓨처스리그(2부 리그) 시절 대회 상금만큼 용돈 주시면서 동기부여도 많이 해주셨어요. 인비도 그런 할아버지를 너무 좋아해요. 할아버지가 응원 오시는 대회에서는 꼭 우승하더라고요."

지난 4일 끝난 LPGA투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시즌 2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 건강 걱정부터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작년 말에 위암 수술을 받으셨어요. 위를 모두 잘라내서 음식물이 식도에서 바로 장으로 들어가는거죠. 그래서 음식을 아주 조금씩 자주 드셔야 하는데 물론 부모님이 잘 챙겨드리시겠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걱정이네요. 그래도 이번에 우승해서 어버이 날 앞두고 할아버지께 효도 한 것 같아 기뻐요. 할아버지는 제가 우승하면 수명이 1년씩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하시거든요. 제가 할아버지한테는 '행복 바이러스'래요. 앞으로도 할아버지 오래 오래 사실 수 있게 우승 더 많이 하고 싶고요, 특히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을 꼭 안겨드리고 싶어요."

박인비는 할아버지가 해외 원정 응원을 갔던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했습니다. 2013년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클래식과 2014년 중국 미션힐스에서 열린 유럽투어 월드레이디스, 그리고 올해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할 때 할아버지가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싱가포르 HSBC 대회 우승 때 할아버지 때문에 정말 가슴이 짠했어요. 위를 잘라내고 함암 치료 중이신 분이 음식도 잘 못드시면서 제 경기를 나흘 내내 걸어서 따라 다니시는 거에요. 젊은 사람도 18홀을 그냥 걸어다니면 힘든데 그냥 숙소에서 TV 보시라고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셨어요. 그렇게 응원을 하시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그 대회에서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해서 정말 기뻤어요. 할아버지도 좋아하셨고요."

이 대회 우승 후 할아버지는 박인비의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갔고 박인비는 중국 하이난성의 미션힐스 골프장으로 이동해 유럽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는데 첫날부터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다 최종일 유소연에게 1타 차로 역전패해 아쉽게 2년 연속 우승을 놓쳤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박인비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때도 인비 할아버지가 중국으로 응원을 가자고 하셨어요. 금요일 2라운드 단독 선두가 되니까 인비 아빠한테 빨리 비행기 표 구하라고 재촉하셨는데 인비 아빠하고 제가 말렸어요. 싱가포르 대회 때 무리하셨는데 며칠만에 또 갔다 오시면 병 나실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마지막 날 소연이한테 역전당하는 걸 보니까 기분이 묘하던데요? 역시 인비 곁에는 할아버지가 있어야 하나?"

박인비는 징크스를 믿지 않습니다.

HSBC 대회 후 두 달만에 우승한 박인비가 최종 라운드에서 입은 옷이 화제가 됐었죠? 흰색 셔츠와, 흰색 치마. 언론에 많이 보도된대로 바로 2주 전 롯데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에게 연장전으로 끌려가서 샷이글을 얻어맞고 우승을 내줬을 때 입었던 옷입니다.

"당일 아침 그 옷을 고르고 한국의 어머니와 영상통화했는데 '그거 하와이에서(롯데 챔피언십 장소) 입었던 옷 아냐? 찜찜하게 왜 그걸 입어?' 하셨어요. 어머니는 징크스나 미신을 좀 믿으시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지금 이거 안입으면 평생 못 입을 거에요. 괜히 징크스 같은 거 만들고 싶지 않아요.'라고."

박인비는 퍼터를 자주 바꿉니다. 이번에도 전에 쓰던 퍼터 대신 새 퍼터를 들고 나와 우승했는데 퍼팅감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퍼터의 생김새를 많이 봐요. 일단 생긴 게 맘에 들어야 하고 어드레스 했을 때 손에 전해지는 그립의 느낌도 중요하죠. 이 대회 전까지 퍼팅이 잘 안돼서 고민이었는데 남편이 '투볼 퍼터'로 쳐보더니 직진성이 좋다고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4개를 주문했는데 그 중에 딱 하나가 편안하고 맘에 드는 게 있었었요. 같은 브랜드의 같은 퍼터라도 제각각 미세한 차이가 있거든요. 아마추어 분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르실 수도 있어요."
박인비 연합
박인비는 지금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자택에서 남편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대회가 없기 때문에 따로 짬을 내서 콘서트도 볼 계획이랍니다.

"저는 골프선수라는 직업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세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좋은 거 보고, 맛난거 먹고, 좋아하는 골프 치고, 상금도 받고… 아이 출산은 35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만약 2세를 낳으면 골프 시키고 싶어요. 주니어 때 경쟁도 심하고 스트레스 많을 수도 있겠지만 꼭 1등이 아니어도 본인이 즐기기만 한다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LPGA 투어는 한 주를 쉬고 다음 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서 킹스밀 챔피언십으로 이어집니다. 박인비는 남편과 함께 이번 주말 또 짐을 싸서 버지니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신혼 부부의 달콤하고 즐거운 골프 여행은 이렇게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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