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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 이래" 아내·남매가 가장 살해 기도

가정의 달인 5월 첫째 날 경남 사천에서 아내와 남매가 재산을 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장(68)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이 가장을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데는 수년간에 걸친 경제적 도움을 거절한데 대한 앙심뿐 아니라 장기간 계속된 가장의 '폭력'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보게 했다.

경남 사천경찰서는 5일 존속 살인미수 혐의로 지난 4일 이미 구속한 A(33)씨 남매의 어머니(61)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A씨 남매는 지난 1일 오전 6시께 사천시내 집 마당에 있는 아버지를 전기충격기로 넘어뜨리고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분사한 뒤 각목과 철근 등으로 마구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과 딸로부터 갑자기 폭행을 당한 아버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월 8일 어머니와 누나(35)가 사는 청주에서 범행을 같이 계획했다.

A씨와 누나는 10여 년 전 집을 떠나 각각 경기도 안산과 청주의 달세 방과 원룸에서 생활을 해왔다. 5개월 전 집을 나온 어머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려고 이곳에서 만난 것이다.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해 방세와 가스요금이 수개월째 밀렸다며 아버지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는데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등 원망 섞인 대화가 오갔다.

이들은 어릴 적 부터 남매와 어머니에게도 폭력을 휘두른 것을 들먹이며 가장을 살해하고 재산을 나눠 갖자고 공모했다.

어머니와 남매는 지난달 중순께 가장이 사는 집으로 왔다.

집에 오기 전에 A씨는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를, 누나는 수면제와 농약을 각각 샀다.

이들은 물품 구매를 분담했고 농약 명칭까지 상의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압수한 남매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농약 샀다', '전자충격기를 준비했다'는 등 공모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어머니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다.

어머니는 남매의 범행을 만류했지만 듣지 않자 경찰에 '가정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애초 공모는 했지만 수 십년 간 함께 산 남편의 목숨까지 뺏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출동한 경찰은 가정폭력 주범으로 지목된 A씨를 조사하면서 단순한 가정폭력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를 벌여 남매와 어머니가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우선 남매를 구속하고 어머니를 상대로 공모 여부에 대해 추궁했지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과정에 남매들로부터 "(어머니가) 가시나무를 죽이는 농약이 좋다"는 말을 했다고 한 사실과 어머니가 물품 구입 때 동행한 점 등 공모 사실을 확인했다.

아내와 남매가 가장을 살해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데는 '돈이 없다'는 현실적인 급박함과 함께 가장으로부터 장기간 폭행을 당한데 따른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우리 형(38)이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많이 맞아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가출했고, 지금까지 행방불명 상태"라고 말을 했다고 전했다.

A씨와 누나도 폭행을 당했고, 어머니도 폭행을 이기지 못해 5개월 전 가출해 딸에게 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조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아내와 남매가 조사과정에 서로 범행 주도 사실을 떠넘기는 것을 보고 '서로 감싸주고 덮어줘야 할 가족끼리 왜 이러나'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고 가정의 달이 무색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산이 농지와 집을 합해 3억여원 가량인데 아버지와 남편의 목숨을 빼앗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전해 들은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인 배금주의적 요소, 돈이라는 수단이 더 중시되는 풍조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각자 떨어져 생활하면서 가족 구성원간 작용성이 약해지니까 옳고 그름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고 부모의 권위도 무너지면서 패륜 범죄가 나타난다"며 "학교나 일반 사회 속에서 무너져 버린 사회질서를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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