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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꽃보다 할배'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취재파일] '꽃보다 할배'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어젯밤(2일) 서울에서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재 진행형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역시 그의 가장 중요한 이력은 1960년대 세계 최고의 인기 밴드에서 이제는 팝 음악사의 전설이 된 ‘비틀즈’의 멤버였다는 사실일 겁니다.
 
영국 출신의 록밴드 ‘비틀즈’는 1962년 첫 싱글을 내고 1970년 해체될 때까지 모두 12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고, 전 세계적으로 5억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대중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동시에 비평가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며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밴드’로 불리고 있습니다.
 
비틀즈 해체 이후에도 그는 1970년대에는 린다 이스트먼과 함께 한 그룹 ‘윙스’로, 이후에는 솔로 뮤지션으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초에도 리한나,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싱글을 발표했을 정도로,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음악적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뮤지션에 대해 서두가 길었습니다.
 
그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72살 할아버지가 되어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2시간 40분 동안 ‘Let it be’, “Hey Jude’, “Yesterday’ 등 비틀즈 시절의 히트곡은 물론 최근 발표한 신곡들까지 모두 37곡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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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면서도 그는 쉼 없이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했고, 수시로 익살스러운 표정과 제스처로 관객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는 물론 ‘대박’ 같은 기발한 한국어 표현들을 구사하며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대형 태극기와 영국 국기를 들고 나와 함께 흔드는 특유의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4만5천여 관객은 열광했습니다. 떨어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었습니다. 2차례의 앙코르 무대 뒤에 매카트니의 입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듣고서야 팬들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한 마디로 일흔 살이 넘은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이었습니다. 말을 할 때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흑백사진 속에서 보던 청년이 이제는 정말 할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났지만,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다시 미성의 청년이 눈 앞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과거 다른 할아버지 스타의 내한공연에 다녀온 뒤 ‘이제 할아버지 가수의 콘서트에는 가지 않아야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듣고 좋아했던 곡들이 달리는 호흡을 타고 변해버린 목소리로 연주되는 걸 들으며, 20만 원이 훌쩍 넘는 표를 사며 기대했던 감상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감상의 즐거움’이 없다 해도 ‘그와 함께 하는 경험’ 자체만으로 만족감을 얻을 정도로는, 전 그의 팬이 아니었던 겁니다.
 
폴 메카트니_640
하지만 폴 매카트니의 공연은 좀 달랐습니다. 팬이 아닌 저(비틀즈의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폴 매카트니의 팬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기에...)에게도 즐길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일흔이 넘은 가수의 나이와 잠실 주경기장이라는 장소의 한계를 고려할 때 기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그는 썩 좋은 수준의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하는 경험’을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가 공연 내내 팬들에게 성실한 태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전설적인 팝스타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은 그렇게 팬들의 아쉬움 속에서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앵콜곡 ‘The End’의 노랫말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이건 폴 매카트니 팬클럽 회원들이 관객석 한 가운데에 그를 향해 내건 대형 현수막의 문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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