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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홀로코스트 생존 할머니들 "같은 고통 겪어"

일본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당시 살아남았던 할머니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해켄색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치유를 기원하는 야외 예술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88) 할머니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애니타 와이즈보드(92), 에델 켓츠(92)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재미 예술인들에 의한 무용 등 행위예술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지켜보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입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와이즈보드와 켓츠 할머니는 각각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공연 전 짧은 만남에서 "서로 같이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같은 고통을 겪는 입장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 아니냐"며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버겐카운티 기림비는 카운티 법원 앞에 지난 2013년 세워졌습니다.

공연을 위해 재미 미술가 신윤주 씨가 2년 전부터 제작한 대형 조각보가 법원 앞 잔디밭을 덮었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재미 무용가인 이송희 씨가 한복 차림으로 위안부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생존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진혼무'를 췄습니다.

신 씨는 여러 사람과 단체가 '치유예술'의 울타리 속에서 조각보를 함께 제작해왔다면서 "퀼트(Quit)는 조각난 것을 잇는 것인데, 이 조각보를 통해 자신과, 타인과, 나아가 세상과 연결되며 '힐링'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연 후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다"면서 "아베가 이제는 거짓말을 못하고, 반드시 공식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도록 저는 200년 살면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6살에 위안부로 끌려간 이 할머니는 "일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를 전쟁이 있는 곳에 위안부로 끌어다 놓았다. 그런 아베 총리를 저는 그냥 두지 못한다"면서 "후손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와이즈보드 할머니는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학교에 가서 이 얘기가 앞으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도록 말해줘야 한다. 잊혀지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그들이 자행한 만행을 인정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만행이) 더 많이 얘기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면 무엇인가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사에는 재미 시민운동단체인 시민참여센터(대표 김동찬) 관계자들, 버겐카운티 관계자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비무장지대(DMZ) 횡단을 추진하고 있는 여성 운동가 등 5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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