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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소설 쓴 미국작가 "아베 총리, 과거사 사죄부터"

미네소타 지역신문 '스타 트리뷴' 기고문서 밝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역사소설 '용의 딸들'(Daughters of the Dragon·2014)을 쓴 미국인 작가 윌리엄 앤드루스가 미국과의 밀착을 통해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일침을 가했다.

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는 앤드루스는 29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미네소타 지역신문 '스타 트리뷴' 기고문을 통해 "아베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자행한 만행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 정식으로 진실한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앤드루스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는 미 의회 연설에서 '일본이 국제관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할 예정이지만, 일본은 그럴 자격이 없다. 아직 2차대전 당시의 만행, 특히 '위안부'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일컬어지는 강제 성노예 여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숫자는 헤아리는 주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본 우익은 그 수가 2만 명 이하이며 대부분 전직 매춘부였거나 자발적 지원자였다고 주장하나, 역사적 증거들이 나오면서 다수의 역사학자가 20만~3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면서 "필리핀과 중국, 심지어 네덜란드 여성까지 포함되어 있으나 대다수는 한국 여성이고 이 가운데는 13세 소녀도 있었다"고 전했다.

앤드루스는 일본이 1945년 항복을 선언한 후 전쟁 만행에 대해 여러 번 사과했으나 대부분 비공식적이고 가식적(insincere)인 선에 머물렀다고 평했다.

그는 일례로 종전 39년 만인 1984년 9월 히로히토 일왕(1926~1989)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건넨 '정직하지 못한(disingenuous) 사과'가 그렇다며 "양국 간에 불행한 과거가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히로히토의 표현을 옮겼다.

앤드루스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1990년대에 45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자 일본은 비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유사 수준에 그쳤다"면서 "일본이 사과에 주로 사용하는 '오와비'(owabi)라는 단어는 '실례합니다'(excuse me) 보다 조금 더 무게감이 있는 정도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유일한 공식 사과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집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것뿐"이라며 "아베 내각은 작년 여름 고노 담화 검증위원회를 조직해 사실상 이에 대한 불신을 표현했다가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자 위원회를 해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2차대전 이후 출생한 첫 일본 총리인 아베는 수정주의 사관을 갖고 있다"며 "아베는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고, 2007년 3월에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성노예를 관리한 사실을 '근거 없는 일'로 일축했으며, 일본이 2차대전 중 자행한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역사 교과서 개정 작업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앤드루스는 "일본은 20여 년간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고, 한때 구가했던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다시 얻을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의 교훈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타까운 일이며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사를 진실하게 사죄하는 것만이 아베가 그렇게 원하는 국제적 신망을 얻는 유일한 길이자, 일본이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 정신을 구하는 길"이라고 글을 맺었다.

앤드루스는 한국계 딸 입양을 계기로 한국사를 공부하던 중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게 됐고 이를 미국 일반인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책임감에서 8년간의 조사와 집필 끝에 작년 1월 '용의 딸들'을 출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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