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정치 검찰' 오명을 벗을 수 없는 이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며 애를 먹고 있는 검찰이 또 하나의 커다란 짐을 지게 됐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 사면 의혹을 밝히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검찰이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벗을 수 없는 이유를 김정윤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법리를 살펴보면 성 전 회장의 특별 사면 의혹에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은 뇌물죄나 알선수뢰죄, 알선수재죄, 그리고 직권남용죄 등인데 대부분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5년 첫 번째 특별사면은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2007년 두 번째 특별사면도 당시 특별사면 직무를 직접 담당했던 인사들이 사면을 대가로 3천만 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경우에만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 수사가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사면에 대한 진실을 밝히란 건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축으로 야당을 정조준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안 그래도 리스트 수사도 잘 풀리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검찰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의 격랑 속으로 끌어들이는 꼴인 겁니다.

그것도 돈이 오갔다는 어떠한 정황이나 단서도 없이 말입니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수사를 하는 기관이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치권이 누구를, 무엇을 수사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서초동에 있는 검찰청사는 마치 여의도가 해결하지 못한 골치 아픈 사안들을 대신 떠맡아 처리해주는 정치의 해우소처럼 되고 있습니다.

검찰을 검찰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모든 정치적 분란을 해소해주는 만능 해결사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

한편 성완종 파문 이후 그 시초인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대한 소식은 주춤한대요, 경남기업과 함께 수사의 표적이 됐던 포스코의 진행 상황은 어떨까요?

왜 이렇게 수사에 진전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은 그만큼 비리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비리의 뿌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뚜렷합니다.

이한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포스코 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을 지휘했던 인물로 벌써 두 달 전 정동화 전 부회장이 지목됐지만, 아직까지 소환 시점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 전 부회장의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올라가는 길목마다 그 돈을 중간에 착복한 인사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단적인 예로 이미 지난달에는 포스코건설의 한 전무급 임원이 30억 중에 10억 원 상당의 금품을 개인적으로 따로 챙긴 혐의로 구속된 바 있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을 두고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진 횡령의 먹이사슬이 공고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아직 수사가 초기 단계라는 점입니다.

성진지오텍의 특혜 인수 의혹에 동양종합건설 공사 몰아주기 의혹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차근차근" 수사해 나가겠다고 천명하고 그야말로 차분하게 한 명씩 한 명씩 조사하고 있습니다.

환부만 도려내는 핀포인트 수사가 아니라, 전신마취를 하고 강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대수술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검찰이 듣기 싫어하는 '먼지털이' 수사에 가까운데도 검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포스코 수사에 명분이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할 겁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아예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며 며칠 전에 철강 산업에 관한 책을 샀다고 합니다.

수사가 한두 달 안에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

다음으로 문화부 소식입니다.

문화부에서 공연을 담당하는 조지현 기자가 요즘 공연장 가기가 두렵다고 털어놨습니다.

바로 '관크'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관크가 뭘까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저도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갔을 때 여러 번 겪었던 일입니다.

취재파일 보시죠.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입니다.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뜻하는 속어인데요,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크리티컬"이라는 영어 단어를 쓰던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가장 흔한 관크의 유형은 아마도 스마트폰 공해일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소리는 물론이고 어둠을 깨뜨리는 환한 액정 빛은 공연 감상의 최대 적입니다.

어디서든 발동하는 촬영 본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새는 장비도 전문적이어서 관객석에서 심지어 삼각대까지 펼쳐놓고 위장막으로 감싼 DSLR로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를 하는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들도 마냥 귀엽지만은 않습니다.

조 기자가 지난달 보러 간 한 발레 공연에서는 10대 여학생들이 내내 큭큭대며 수다를 떨질 않나, 어떤 초등학생까지 신발의 벨크로를 계속해서 떼었다 붙였다 하는 통에 슬픈 장면에서도 찍찍거리는 소리를 함께 들어야 했다고 회상했는데요,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이럴 땐 보호자가 적당히 제지를 해야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각종 냄새도 엄청난 복병이고, 애정행각도 뒷사람의 시야를 가려서 피해를 준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고 연인들에게 좀 떨어져 앉으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결국, 배려가 정답입니다.

내 좌석 밖으로는 어떠한 불빛도 소음도 냄새도 내보내지 말아야 귀중한 시간과 소중한 돈을 들여서 온 모두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