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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마약 사범 사형 강행 왜?

인도네시아, 마약 사범 사형 강행 왜?
인도네시아가 국제사회의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호주,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국적의 외국인 7명을 포함한 마약 사범 8명에 대한 총살형을 28일(현지시간) 집행한 것은 그만큼 국내 마약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마약 남용으로 인해 매일 평균 50명, 연간 약 1만8천 명이 사망하고, 교도소 수감자의 70% 가량이 마약사범입니다.

또 420만~450만 명이 마약중독 재활 치료를 받고 있으며, 120만여 명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재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돼 있는 130여 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60여 명이 마약 사범들입니다.

사형 선고를 받은 마약 사범 중 약 3분의 1은 외국인입니다.

특히 마약 중독자의 연령이 점차 내려가 열 살 미만의 어린이 사이에도 마약 중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비상 상황' 등의 극한 용어를 사용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마약 사범 사형 중지에 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높아지자 최근 자국이 처한 마약과의 전쟁 상황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유엔, 비정부민간기구(NGO) 등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형 집행을 강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마약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실정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민주화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미얀마는 아프가니스탄 다음으로 아편 재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와 교전 상태인 미얀마 반군들의 상당수가 아편 재배와 마약 밀매를 통해 군 자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국경 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대표적인 아편 재배 지역이었습니다.

태국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중 자국 영토 내 아편 재배 근절에 성공했지만 국내 마약 복용과 밀매는 해결하지 못해 국민 수십만 명이 마약에 중독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회 통제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역시 최근 마약 단속을 벌인 결과 마약 사범 100명 이상을 검거했습니다.

동남아 일대가 이처럼 마약에 취약하고 마약 문제의 뿌리가 깊은 만큼 인도네시아 국민은 마약에 대해 당국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 한 만연한 마약 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이 사형 선고를 받은 내외국인 마약 사범들에 대한 사면을 거부하고, 형 집행을 강행하는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데 대해서도 주권 수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가 인도네시아의 마약 사범 처형에 대해 비난과 분노를 표하더라도 조코위 대통령이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마약 사범들을 극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으며, 사형 선고를 받은 마약 사범이 형 집행을 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야 합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마약 사범들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그동안 수차례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08년 발리 연쇄 폭탄 테러범 3명을 처형하고나서 사형 집행을 중단했으나, 2013년 마약사범 2명 등 5명을 극형에 처함으로써 사형 집행을 재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조코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올해 1월 내외국인 마약 사범 6명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마약 사범 처형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과 형 집행 중지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마약 사범 사형을 둘러싼 인도네시아와 국제 사회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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