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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항일의 절반을 세월호 해역에서 보낸 '기상 1호'

[취재파일] 운항일의 절반을 세월호 해역에서 보낸 '기상 1호'
작년 이맘때 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세월호 참사해역은 물살도 빠르고, 강한 바람도 자주 불어 파도가 높게 치기 때문에 날씨가 사고수습의 큰 변수였습니다. 작년 7월 25일쯤에는 태풍 ‘마모트’의 간접 영향으로 세월호 사고해역 바지선들이 피항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고해역에는 기상 관측을 담당하는 해양기상관측선 ‘기상 1호’가 있었습니다. 2011년 5월부터 정식 운항을 시작한 이 배는 총 길이 64.32m에 500톤급인 움직이는 해양 기상 관측소입니다. 기상 1호는 사고해역에서 바람, 풍랑, 파고, 태풍 같은 위험기상 감시를 담당했습니다.

기상청은 기상 1호의 운항 기준일 수를 160일 내외로 정해놨습니다. 선박안전법에 따라 시행하는 선박 안전검사 30일과 배의 안정적인 운용, 선박 근무자들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기상 1호는 작년에 운항 일의 절반 가까운 75일 동안 진도 앞바다에 떠 있으면서 세월호 참사 해역의 기상관측 업무를 수행한 겁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상관측선이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역에 기상 관측을 전담하는 기상청 소속 선박은 단 1척뿐입니다. 기상 1호의 경우 1년에 30일 동안 배를 덱(Deck)에 올려 장기간 안전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장비 검사 도중 긴급히 투입될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일본 기상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기상관측선은 2대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도 기상 2호 도입을 검토해봐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하지만 기상 2호의 도입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입니다. 기상 2호는 분명히 기상 1호와는 차별화된 업무 영역이 있어야 하며, 단순히 1호의 대체수단 개념으로 배를 건조하는 건 절대 효율적인 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상 1호만 하더라도 설계비 8억, 건조비 125억 원 등 총 13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1년 운용비만 해도 16~17억 원 수준입니다. 단순히 운용비가 많이 든다는 문제가 아니라, 이 만큼의 예산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거대 장비를 늘리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장비들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기상 1호가 안전점검 등의 이유로 긴급 투입이 불가능하더라도 대체할 만한 배들은 있습니다. 해양조사원이 보유한 관측선도 있고, 해군도 기상관측이 가능한 배들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세월호 사고처럼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다른 기관들이 기상청의 관측업무를 100% 대행할 수 있는지 정확한 검증이 안됐단는 겁니다. 단순히 적합한 수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가 아니라, 부처 간에 서로 다른 자료를 주고받고 원하는 방식으로 재 가공하는 게 능숙해야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책임은 기상청에 있기 때문에 다른 기관이 제공한 자료로도 기상청은 할당된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평소에 부처 사이에 협업이 잘 되어야 하지만 각 부처가 계획한 1년 치 업무량을 고려하면 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담당자들은 말합니다.

기상 1호만 해도 1년 운항계획이 빼곡히 쌓여있습니다. 3~5월엔 서해안에서 황사와 이동성 저기압을 관측하고, 6~9월엔 장마나 집중 호우를 관측하기 위해 배를 띄웁니다. 10월~11월엔 동해의 풍랑과 너울을, 12월~2월엔 폭설을 관측합니다.

또 태풍이 다가오면 태풍이 다가오는 길목에다가 이동식 기상관측 부이를 설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상 관측망이 아직은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태풍의 이동 경로에 맞춤식 태풍 관측이 가능합니다. 160일 가운데 70% 가량을 순수한 기상관측을 하고, 나머지 30%는 특수한 기상 연구를 진행합니다.

기상청이 날씨 연구만을 위해 1년 일정이 꽉 차있듯 다른 기관도 일정이 꽉 차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부처 일정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다른 부처와 배를 같이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건 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처간의 업무 수행 능력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유하는 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젭니다.

분명 이전까지 해오지 않았던 일들을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세월호 1년, 우리나라 안전망이 튼튼하지 않다는 건 이제 잘 알려졌습니다. 워낙 큰 사건이고 이례적이었기에 대처가 미흡했고, 책임 소재도 분명하지 않았고, 컨트롤 타워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어느 부처에 누가 책임질 것이냐가 아니라 각 부처는 우리가 모두 함께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긴밀한 협업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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