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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마약사범 사형집행에 호주 '경악·허탈'

안보·난민문제 등 협력 필요성에 관계 추가 악화는 불원

"(인도네시아 당국의) 이번 사형 집행은 잔인했으며 불필요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줄리 비숍 외무장관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 국적의 마약사범 앤드루 챈과 뮤란 수쿠마란을 사형에 처한 데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지난 2월 초 챈과 수쿠마란에 대한 사형 집행을 예고하자 읍소는 물론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 등 약 3개월간 집요한 구명활동을 벌였습니다.

애벗 총리 자신은 물론 비숍 장관이 직접 나서 사형만은 피해 줄 것을 호소했으며, 호주 언론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호주 국민들의 관심을 일깨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 정부와 국민들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애벗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보통 일처럼 넘길 수도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양국 관계에 "어두운 시기"가 왔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비숍 장관도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자카르타 주재 호주 대사인 폴 그릭슨을 소환하기로 했다며 향후 인도네시아 관계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숍 장관은 또 "챈과 수쿠마란이 지난 10년간 교도소에서 교정 프로그램을 잘 받아온 점을 참작하면 이번 처형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호주 언론들은 정부의 대응 조치로 각료급 회담 취소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애벗 총리는 인도네시아가 결국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듯 호주 국민을 향해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호주 처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때문에 난민 및 안보 문제 등에서 인도네시아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애벗 총리는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두 나라 관계는 항상 중요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두 나라 관계는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숍 장관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는 별개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최대 공적개발원조(ODA) 제공 국가 중 하나입니다.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쇼튼 대표는 이와 함께 애벗 총리와 비숍 장관, 호주 외교관들이 벌인 그간의 구명 노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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