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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인 옥수수종자 절도사건에 반테러법 동원

미국 정부가 자국의 종자산업 보호를 위해, 테러리스트나 외국 간첩을 잡으려고 만든 해외정보감시법(FISA)상의 비밀수사 기법을 활용해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법정에 제출함으로써 '전례없는 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사법 당국이 미국 농업분야 기업들의 종자, 농약 등을 겨냥한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산업스파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구체적 행동이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항공기술이나 금융정보 등 분야의 외국 산업스파이 활동 방지에 주력해 왔으나, 연구개발에 엄청난 자금이 드는 종자와 농화학 분야의 기술 보호에도 본격 눈을 돌려 논란을 무릅쓰고 FISA까지 동원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종자 도둑' 사건은 특히 중국인 7명과 중국 농업기업 DNB그룹이 연루된 것이어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산업스파이 활동 급증과 관련해 주목받던 터였습니다.

이중 핵심인물은 중국의 동물사료 회사 '베이징 다베이농 테크놀로지(DNB)'의 계열사 임원인 모 하이롱(45)씨.

중국인으로서 미국 영주권자인 그는 지난 2013년 몬산토와 듀퐁 파이오니어의 특허 옥수수 종자를 전자레인지용 팝콘인 것처럼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보석 상태에서 오는 9월 열리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FBI는 2011년 모 하이롱이 아이오와주의 듀퐁 옥수수 시험농장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한 관리인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 FISA에 따른 비밀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의 휴대전화 도청, 차량에 도청장치 장착, 수천건의 이메일과 메신저에 대한 사찰, 비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반테러법을 동원한 사실은 모 하이롱의 변호인측이 지난 2월 FBI가 사용한 비밀수사자료들을 공개토록 명령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것을 계기로 이슈가 됐습니다.

당시 AP통신은 전자개인정보센터(EPIC) 관계자 말을 인용, "FISA는 정부가 어떤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제약을 두도록 만들어진 만큼 적용에도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이는 기업간 산업스파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 테러리즘과 외국정부의 간첩활동을 겨냥해 입법된 FISA를 적용하는 게 적법한가 하는 문제 제기였고, 이후 법정 안팎에서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재판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에서 발행되는 `데모인 레지스터'는 지난 3월30일 "수익성 좋은 유전자 변형 옥수수 종자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테러리스트와 외국정부 간첩을 막으려 제정한 국가보안관련 법들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피고인의 변호인측과 FBI간 논쟁을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옥수수 종자 절도 행위가 "자살 폭탄처럼 즉각적인 위협을 제기하지는 않지만, FBI는 경제간첩과 그와 유사한 기업비밀 절도를 국가안보에 위험스러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비밀 절취로 인해 지난 2009년만 해도 손해가 482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통계를 들고 "FBI는 기업비밀 절도 행위는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소개했습니다. AP는 문제의 특허받은 옥수수 종자의 기술 가치를 미국 정부가 5억달러로 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변호인측은 "기업비밀 분쟁에 불과한 사건"에 FISA를 적용한 것은 "전례없고, 위험스러운 과잉조치"라고 반박하면서 법원에 낸 신청서에서 모 하이롱은 "사업가이지, 중국 정부 간첩이 아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신문은 법률 전문가들도 옥수수 종자 절도 사건에 FISA상의 수사기법을 사용한 것을 '유례없는 일'로 본다면서, 관건은 모 하이롱이 소속된 DBN 그룹과 중국 정부간 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변호인측은 DBN 그룹의 소유구조를 분석한 결과 2014년 현재 중국 정부의 지분은 1.08%에 불과하다는 아이오와대 교수의 진술서를 법정에 제출하고 "검찰이 중국정부와 연계에 대한 증거가 있었다면 기업간첩 혐의로 기소했을 것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업비밀 절도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기업간첩 혐의는 기업비밀 절도보다 죄형이 무겁지만 피고인이 외국정부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 농무부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드 게일은 DBN그룹이 옥수수 유전자 개량 사업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점과 회사내에 공산당의 산업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공산당 조직이 있는 점 등을 들어 "공산당 정부와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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