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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깔리고" 김경학 교수가 목격한 현장 참상

"무너지고 깔리고" 김경학 교수가 목격한 현장 참상
"점심상을 차리는데 갑자기 집안이 흔들거리고 휘어졌어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가니 앞집은 이미 폭삭 무너져 있었습니다."

네팔 대지진 참사 현장에서 생환한 전남대 인류학과 김경학(55) 교수는 지난 25일 진도 7.8의 강진이 수도 카트만두 일대를 처음 강타했을 당시 카트만두 중심부에 위치한 한 네팔인 친구의 주택 2층에 있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인 근로자와 고국 가족과의 유대 관계 등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7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200km가량 떨어진 포카라에 체류하다가 지난 25일 귀국을 위해 아침 비행기로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김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현지시간으로 12시가 조금 못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팔인 친구 가족의 점심 초대를 받아 3층짜리 주택의 2층 식당에 있었는데 갑자기 '우지직'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렸고 안에 있던 5명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숨가쁜 상황을 떠올렸다.

근처 집들이 모두 주저앉은 처참한 광경을 본 네팔인 친구는 근처에서 5층짜리 호텔을 운영하는 처남이 걱정돼 김 교수와 함께 바로 호텔로 뛰어갔다.

5층짜리 호텔 건물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직원 2명이 잔해에 깔려 숨졌다.

네팔인 친구의 처남은 다리가 부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도시 외곽인 공항 쪽보다는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 대신 진흙을 넣거나 천장을 높게 지은 오래된 건물이 많은 구도심에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밤까지 2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붕괴 피해를 당하지 않은 시민들도 언제 집이 무너질지 몰라 거리에서 두꺼운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해야 했다.

전기와 상수도가 끊긴 컴컴한 거리에 비까지 내리면서 여기저기에서는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의 기침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지진으로 폐쇄됐던 카트만두 공항이 하루 만에 운항을 재개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김 교수는 "25일 공항에 가보니 비행기 운항이 모두 취소된 것은 물론, 몰려든 인파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며 "다음날 다시 공항에 갔을 때 운항이 재개된 것을 알았다. 집에 갈 수 있게 됐다는 것보다도 창문으로 인도나 파키스탄 군용기로 병력과, 원조 물자를 계속 내리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체크인 줄이 줄잡아 1천명 이상 됐는데 갑자기 또 지진이 일어나 1분여간 건물이 흔들리고 정전됐다"며 "활주로 등이 파괴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6일 오후 6시께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이날 낮 12시 2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물과 음식 부족도 심각하지만 시민들이 두려움에 도로변에서 밤을 지새우다 보니 아픈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며 "의료 시설이 충분치 않은 국가라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작은 것이라도 망설이지 말고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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