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네티즌 가슴 따뜻하게 해줬던 한 장의 사진 이야기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작성 2015.04.27 16:25 수정 2015.04.27 16: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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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캡쳐

● SNS에 올라왔던 한 장의 사진 

지난 22일 서울지방경찰청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어느 날 한 여경이 쭈그려 앉아서 우산을 쓴 채 벤치에 앉아있는 여고생을 위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평소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이 자살하려고 마포대교로 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경찰관이 마포대교 전망대 부근 벤치에 앉아있던 한 여고생을 발견해, 이 학생을 설득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SNS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다 보니 주요 언론사들도 기사화했고 “역시, 멋진 경찰이다”, “감동적이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 사연을 알아보니
 
저희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했던 터라 취재에 나섰습니다. 사전 취재를 끝낸 뒤 사진의 원본을 구하기 위해 담당 경찰서로 전화했지요.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이 미지근했습니다. 관계자와 나누었던 전화 통화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SBS 소환욱 기자입니다. 혹시 마포대교 위에서 찍힌 여경과 여고생 사진 있죠? 그 사진 원본을 좀 받을 수 있을지 해서요. 

경찰관계자 : 아, 네. 그런데 그 학생 부모가 계속 전화가 와서 SNS에 올린 사진을 내려달라고 해서요. 

기자 : 네? 

관계자 : 그게 그 사진을 아이가 보면 상처를 2번 입는다고 해서요. 그래서 경찰청, 서울청 SNS에 올린 사진을 다 삭제했고요. 언론사들한테도 협조해서 지금 사진을 내리고 있거든요. 

기자 : 기사를 내리고 있다고요? 

관계자 : 네, 한 언론사는 지금 기사 자체가 없어졌고요. 다른 곳도 기사는 있는데 사진을 지금 빼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며칠 동안 사진이 이슈가 되자 학생의 부모에게서 사진을 SNS 계정에서 지워달라는 전화가 왔던 겁니다. 사진을 본 그 학생이 정신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죠. 

사진이 올라온 SNS는 ‘좋아요’를 누른 사람 수만 9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계정이었습니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서울 경찰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공간이었죠. 일반적으로 공적인 공간에 사진을 올릴 때는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 것이 상식입니다.

담당자는 부랴부랴 SNS에서 그 사진을 지웠고, 학생의 가족들은 기사가 올려진 언론사에 전화해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었습니다. 

● 계속 이어지는 경찰의 무리한 실적 홍보
 경찰경찰전화통화가 끝난 후 포털사이트에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실제로 기사가 많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재생산된 기사 위주로 검색될 뿐이었고, 경찰 SNS에서도 역시 그 사진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던 기사들도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경찰이 기지를 발휘해 스토커를 체포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관이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의 동생인 척 하는 기지를 발휘해서 스토커를 체포했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애초 스토커로 불렸던 사람과 피해자는 내연관계였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치적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자료를 뿌렸다는 비판이 이어진 이유였죠. 

마포대교는 서울 시내 다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뛰어 내리는 곳입니다. 인근 지구대에서도 수시로 순찰을 하는 곳이고, 가까이에는 수상 구조대도 있습니다.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람을 살리려고 했던 경찰의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후 이 일을 알리려고 SNS에 학생과 여경의 사진을 올린 경찰의 행동과 스토커를 잡았다고 무리하게 자료를 뿌렸던 경찰의 행동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SNS에서 사진은 내려갔습니다. 기사들도 많이 지워졌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사진을 본 뒤였습니다. 이리저리 퍼다 날라진 학생과 경찰을 찍은 문제의 사진들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 사진을 많은 사람이 보는 SNS에 올리기 전에 여학생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봤다면 어땠을까요?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