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러시아 극우 오토바이 동호회, 유럽 횡단행사 마찰

독일 비자 발급 취소…폴란드는 입국 거부 방침 철회

러시아 극우 성향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의 중동부 유럽 횡단 행사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밤의 늑대들'로 불리는 러시아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 약 200명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아 전쟁 당시 소련군이 동유럽으로 진군해 독일에 닿은 경로를 따라가며 전몰 군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출발한 이들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를 지나 모스크바에서 승전 기념식이 열리는 다음 달 9일 독일 베를린에 도착할 예정이다.

6천km가 넘는 대장정이다.

하지만 폴란드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동호회의 극우주의 성향을 문제삼아 바이커들의 입국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폴란드의 여러 정치인들은 러시아 바이커들을 입국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외무장관도 입국 불허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외교 마찰이 불거졌다.

하지만 러시아 바이커들은 26일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주를 통해 폴란드 서북부 도시 브라네보로 들어가면서 일단 별다른 저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바이커 한명 한명에게 모두 행선지를 확인하는 등 까다로운 수속을 밟도록 했으나 입국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어 바이커들은 브라네보의 전몰 소련군 묘지를 찾아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에는 칼리닌그라드주 주지사, 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가 입국 거부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날엔 독일 당국이 러시아 오토바이 동호회 일부 회원들에 발급한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독일 당국은 비자 취소 이유로 동호회 회원들이 비자 발급 신청서에 허위 정보를 기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론 극우 성향 러시아 바이커들의 독일 내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독일 외무부와 내무부는 앞서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밤의 늑대들' 회원들이 오토바이 횡단 행사를 하면서 독일 내에서 공공질서와 안전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국 금지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0년대 말 조직돼 약 5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밤의 늑대들'은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숭배하고 러시아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등 극우적 성향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엔 크림반도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일부 회원들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싸우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 진영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호회는 크렘린으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호회 회원들을 '친구'라고 부르며 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직접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참석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동호회 회원들이 우크라이나 반군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호회를 제재 목록에 포함시켰고, 캐나다는 회장 알렉산드르 잘도스타노프를 제제 목록에 올렸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