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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대생들에게 꼼짝없이 당한 멕시코 노상강도들

'부전여전' 멕시코대사관 경찰 영사 딸도 한 몫

한인 여대생들에게 꼼짝없이 당한 멕시코 노상강도들
멕시코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여대생들이 대낮에 거리에서 강도를 당한 뒤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 강도범을 잇따라 붙잡았다.

특히 최근 부임해 한국인 상인 피살사건의 수사를 돕는 주멕시코한국대사관 경찰영사의 딸 이 모(19)양이 '부전여전'의 활약을 펼쳐 교민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지난 2월 중순 멕시코로 온 이 양은 22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 수도 멕시코시티의 이베로아메리카대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평소처럼 40분 거리의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가 10분 전부터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낌새를 차렸다.

이 양이 집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갑자기 현지인 20대 남성이 갑자기 팔로 이양의 목을 조르고 휴대전화, DVD, 지갑 등을 빼앗았다.

이 양은 강도범이 "가만있어"라고 소리치자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저항을 자제한 채 웅크리고 있다가 강도범이 달아나자 그 방향으로 뒤를 몰래 쫓았다.

300m쯤 따라가던 이 양은 강도범의 모습과 함께 길거리에 행인들이 보이자 스페인어로 강도를 뜻하는 '라드론'(ladron)을 계속 외쳐대며 그 남성을 지목하면서 달려갔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상황이 심각한 것을 인지하고 하나, 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인근에 순찰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시민이 합세해 강도범을 붙잡았다.

이 양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멕시코에서 온 지 두 달 만에 당한 일이라 너무 당혹스러웠다"면서 "교민 사회에 강도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양은 어머니 등 가족과 함께 현지 경찰 지구대에서 피해자 진술을 마쳤고 경찰로부터 소지품을 모두 돌려받았다.

이 양은 사건 발생 며칠 전 수업을 듣다가 강도를 뜻하는 단어를 익혔다.

사건 발생 당시 순회영사 업무차 인근 도시에 출장 중이었던 이임걸 경찰영사(총경)는 "교민 사회에 강력사건이 최근 많이 일어나 신경을 쓰고 있는데 딸이 그런 일을 당해서 놀랐다"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비슷한 시간대에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4학년에 재학중인 박모(23) 씨가 멕시코시티 시내 최대 재래시장이 있는 센트로의 길가에서 목걸이를 탈취당했다.

박 씨는 동생과 함께 쇼핑을 나왔다가 뒤에서 어떤 남성이 팔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목걸이를 끊어 달아나자 마찬가지로 5분간 뒤를 밟았다.

강도범이 경찰 순찰자가 있는 대로변까지 갔을 무렵 박 씨는 '강도다'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를 본 경찰이 그 남성을 체포했다.

대사관측은 침착하게 대응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 여대생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방안을 멕시코시티 경찰청에 제안할 계획이다.

대사관은 최근 센트로의 한인 의류 판매상이 소지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다가 강도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교민을 대상으로 권총 강도 사건이 빈발하자 상인들에게 유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대사관은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지역을 우회하거나 출입을 삼가고 현금 액수가 크면 민간 경비의 도움을 받거나 남성이 맡아서 운반하도록 하는 한편 승용차 운전 시 내부에 휴대전화와 돈 가방 등 귀중품을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둘 것을 권유했다.

무엇보다 무기류를 든 강도와 맞닥뜨렸을 때는 무리하게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요구에 응한 뒤 강도범과 떨어진 직후 경찰 당국과 대사관에 신고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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