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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이완구, 너무 먼 곳에 친 방어벽…스스로를 옥죄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실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곧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이 총리의 대응은 출발부터 꼬였는데요, 방어벽을 가까운 곳이 아닌 너무 먼 곳에 치는 바람에 자신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최대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한 이완구 총리.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검증 과정에서의 내상을 상당 부분 털어내는 듯 보였습니다.

고위 당·정·청 회의를 활성화 시켰고 성과가 부진한 장관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권을 행사하겠다며 공직 기강을 다잡는 데도 주력했습니다. 또 부정부패에 대한 척결 의지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가 끝이었습니다. 부메랑처럼 자신이 해임 건의의 대상이 됐습니다.

최 기자는 그동안 정치권의 비정함과 무상함을 숱하게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극적인 경우도 드물었다고 적었습니다.

게다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이 총리는 지나치게 결벽증 적인 방어로 스스로를 더 옥죄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를 묻자 당초 비서실의 대답은 "같은 지역 출신이시니 잘 아실 것이다" 였습니다.

그런데 총리와의 조율을 거친 뒤에 나온 공식 입장은 "국회의원을 1년 같이한 인연 외에 특별한 인연은 없다"였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일정표와 통화 기록 등이 속속 공개됐죠.

차라리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공적으로 자주 만났고 통화도 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가깝지는 않았으며 더더군다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대처했다면 조금은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때부터 잇따른 수많은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자판기'라는 별명답게 즉각적으로 해명하고 부인으로 일관했는데, 그저 스스로에 덫을 놓는 꼴이었습니다.

차기 충청권 대표 주자로 질주하던 이 총리는 오락가락 해명과 거짓말로 20년 정치 역정의 최대 고비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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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파문이 한창 뜨겁던 사드 도입 논란도 완전히 종식시켰습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당장 사드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도 요즘은 오로지 성완종 리스트만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그러는 사이 우리 군이 한국형 사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 지난 월요일 8시 뉴스에서 전해드렸죠.

보다 자세한 내용을 김태훈 기자가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에게 성완종 사건은 북한의 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인가 봅니다.

사드 구매의 필요성을 외치던 이들도 어떻게든 성완종 게이트의 직격탄과 파편을 막아낼 대응책을 찾느라 분주하고 안보를 걱정하던 목소리는 쏙 들어가고 정권과 당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고 성완종과 8인이 사드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든 말든 군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국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의 개발을 발표한 겁니다.

지금껏 탄도 미사일 요격용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전력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4번째 국가가 될 수 있는 도전에 나서는 겁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예산도 투입하기 시작해서 개발비는 우선 내년부터 5년간 5천억 원, 그 뒤 추가로 2023년까지 6천억 원을 투입해 총 1조 1천억 원을 쓰고 양산비는 1조 2천억 원이 들어갑니다.

요격고도 면에서 미국의 사드보다는 못하겠지만, 제법 실한 미사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가 가진 군사 기술 중에서 유도 무기 기술은 단연 뛰어나기 때문에 군은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이야 많겠지만 괜찮은 국산 지대공 미사일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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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LA 특파원의 취재파일 하나 보시죠.

최근 뉴욕의 한 의사가 동료 의사를 청부 살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한때 병원을 함께 운영했다가 사이가 틀어져서 따로 나와 병원을 차렸는데 상대의 병원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자 상대편 의사를 없애버리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요, 이 계획이 꼬리를 잡히게 된 사연이 참 황당합니다.

박병일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간혹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서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마약류를 함부로 처방하지 않는지 함정 수사를 펼칩니다.

지난해 12월, 형사들은 손님인 척을 하며 심장 전문의 앤서니 모스체토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모스체토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마약을 처방해줬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뜨는 거래를 먼저 제시했습니다.

형사가 폭력배인 줄로 착각했는지 혹시 무기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은 뒤에 반자동 총 두 정과 탄약까지 판매한 겁니다.

손님 행세를 하던 형사들은 속으로 "이것 봐라?" 싶었겠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일단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모스체토가 털어놨습니다.

아는 의사의 병원을 날려버리고 싶어서 다이너마이트를 구하다가 친구 두 명을 시켜서 그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말한 겁니다.

그렇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결국엔 500만 원을 줄 테니 해당 의사를 때려달라고 주문했고, 만약 그 의사를 죽여준다면 2천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습니다.

[토마스 크룸터/낫소 카운티 경찰국장 대행 : 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을 이미 저질렀고 앞으로도 저리르려 계획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자택에서 붙잡혔는데요, 집을 수색해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지하실에 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버튼을 누르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책장이 스스르 열리며 숨겨진 또 다른 방이 나타난 겁니다.

그 안에서는 각종 기관총과 칼, 수류탄까지 백여 정이나 되는 무기가 나왔습니다.

집안에 비밀 방을 차려놓고 대놓고 무기장사까지 해온 이 의사가 평소엔 사람 좋은, 훌륭한 의사 소리만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제 와서 밝혀진 행각들을 보니 왜 라이벌 병원보다 손님이 적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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