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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다한 '군견' 31마리 반려견으로 새 삶 찾아

충성 다한 '군견' 31마리 반려견으로 새 삶 찾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동고동락했던 친구이자 가족이자 전우였습니다. 이제 좋은 곳에 가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군부대에서 경계·수색·탐지·추적 등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퇴역한 군견 31마리가 반려견으로 새 삶을 찾았습니다.

오늘(22일) 강원 춘천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군견 교육대에서는 퇴역하는 군견을 추첨을 통해 민간에 무상으로 분양하는 행사가 전군 최초로 열렸습니다.

이번에 퇴역하는 군견은 총 51마리.

앞서 군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기로 한 1마리를 제외한 50마리를 대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섰습니다.

군은 분양 신청자 60명 중 심의를 거쳐 50명을 선정했으며, 미리 교육대를 찾아와 분양받아간 일부를 제외하고 27명이 행사에 참석,오늘까지 총 31마리가 새 가족을 찾았습니다.

이른 아침 교육대를 찾은 민간인 신청자들은 교관으로부터 사양관리에 관한 상세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어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분양 추첨에 들어갔습니다.

독일 셰퍼드, 벨기에 마리노이즈, 영국 래브라도 레트리버 등 군견들은 나이, 성별, 순종 여부, 외양, 성격, 임무 수행 능력 등 특징이 각양각색이라 분양에 공정성을 기하고자 제비뽑기 방식을 택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핸들러'라고 불리는 군견병으로부터 군견을 인수받은 이들은 개의 머리와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멋있다", "잘 생겼네", "참 착하구나" 등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사람을 보고 짖거나 물지 않도록 훈련된 군견들은 이내 새 주인의 손을 핥고 함께 산책하며 곧잘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군견들은 정들었던 군견병들의 품에 마지막으로 안겨 등에 좁쌀만 한 내장형 칩을 삽입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새 가족을 찾은 군견 중에는 지난해 11월 방영된 TV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가수 헨리가 지도를 맡았던 '반도'도 있었습니다.

1살 된 반도는 진돗개와 셰퍼드 교배종으로 방송 당시 소심한 모습을 보이며 양성견 적격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습니다.

이번 분양에서는 노화로 탐지활동 능력이 저하된 10살 내외의 군견들뿐만 아니라 반도처럼 성격이나 흥미 분야, 체력 조건이 군 생활에 적합하지 않아 은퇴하게 된 1∼2살 어린 군견들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반도를 분양받은 홍성미(61·여·경남 양산)씨 부부는 "사람은 인성이 다 다르지만, 개들은 진심으로만 대해주면 마음을 열고 더 큰 행복을 준다"면서 "집에 이미 4살 난 셰퍼드도 있으니 잘 적응해서 한 식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서 웃어보였습니다.

군은 이번에 분양되지 않은 나머지 군견들을 포함해 앞으로 분기마다 10마리 안팎의 퇴역 군견을 민간에 무상 양도할 방침입니다.

2006년 탐지견 특수 교육을 이수한 이후 10여 년간 주요 VIP 경호활동 임무를 수행한 12살 리트리버종 '평화'는 이번 주말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가 노후를 보낼 예정입니다.

제1야전군사령부 군견 교육대 대장 서보현 중령은 "국가에 충성을 다한 은퇴견들이 새로운 곳에서 남은 생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또한 이번 분양을 계기로 군견의 우수성이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수년 전까지만 해도 퇴역 군견들은 의학 실험용으로 기증되거나 안락사 됐습니다.

그러나 2013년 1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군견에 대한 동물실험이 금지되면서 군견 교육대 등에서 현역 군견과 함께 관리돼왔습니다.

지난 1월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는 양도 심의 절차를 거쳐 퇴역 군견의 무상 양도가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육군에서 복무 중인 군견은 620마리로, 이 중 제1야전군 사령부 군견 교육대에서 관리 중인 181마리의 군견 가운데 101마리가 군견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퇴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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