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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K 합병…최태원 회장 지분은?

[취재파일] SK 합병…최태원 회장 지분은?
SK C&C와 SK가 각각 1:0.74 비율로 합병하기로 선언했습니다.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을 택하기로 했고요, 그룹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병회사 사명은 'SK주식회사'로 했습니다.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요, 합병 배경에 대해 SK측은 경쟁력을 강화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SK C&C의 정보통신기술 역량과 SK의 자원을 결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건데, 사실 이번 합병의 목적은 다른 데 더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대주주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좀더 단순화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그동안 그룹 지주회사인 (주)SK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0.02%에 불과했습니다. 그룹 지주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오너의 지분이 거의 없었던 셈이죠. 반면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전산 업무를 맡고 있는 SK C&C의 지분은 32.9%나 갖고 있었습니다.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 10.5%까지 합치면 SK C&C에 대한 대주주 지분이 43.4%나 된 겁니다. (주)SK가 지주회사로서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SK C&C가 SK 주식을 31.9%나 갖고 있어, 사실상 SK C&C가 SK 위에서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였는데요, 그러다보니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인 (주)SK가 아닌 '옥상옥' SK C&C 지분을 통해 그룹을 통솔하는 조금 이상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어떻게 변할까요? 합병해 탄생하는 SK주식회사에 대한 최태원 회장 지분은 23.4%, 동생인 최기원 이사장 지분은 7.5%로 총 30.9%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병 전보다 조금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대주주로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안그래도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지주회사 구조에 대해 비판을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바꿔 비판을 피하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SK가 최태원 회장 지분과 특수관계인인 동생 최기원 이사장 지분의 합을 30% 아래로 떨어뜨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지만, 실제론 합병 후에도 여전히 규제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돼 3년 평균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내야하는데, 합병 이후에도 최태원 회장과 동생 지분 합이 30%를 넘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캡쳐_500

단, 최태원 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추가 세금 부담은 벗어날 전망입니다. 최 회장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는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으로 60억 원 정도의 증여세를 낼 가능성이 있었는데, 합병으로 C&C 자체가 지주회사가 되면서 과세에서 제외된 겁니다.

이런저런 의혹의 시선이 여전하지만 어쨌든 이번 합병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보이는데요, 사실 이런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SK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 삼성그룹 방위산업·석유화학사업 4개 계열사 매각,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까지 최근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잇따랐는데요,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사안들 같지만 일련의 움직임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대주주의 지배구조를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순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겁니다. 워낙 요즘 내수 부진에 수출 여건까지 악화되면서 경영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주력 사업 정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그룹들이 더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SK 합병 결의…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높인다
▶ 삼성·현대차 이어 SK까지…지배구조 개편 '바람'
▶ SK C&C-SK㈜ 합병…최태원 회장 지배력 강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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