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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북대서양 해류가 느려졌다

[취재파일] 온난화…북대서양 해류가 느려졌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10도~20도나 북쪽인 북위 50도에서 60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비슷한 위도다. 하지만 겨울철 날씨는 시베리아가 아니라 우리나라보다도 춥지 않다. 여름철 또한 우리나라만큼 덥지 않다. 비는 연중 내리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많이 내리고 봄에서 여름 사이는 상대적으로 비가 적다.
 
영국을 비롯한 서부 유럽에 이 같은 날씨가 나타나는 것은 이른바 서안해양성기후 때문이다. 서안해양성기후는 우리나라처럼 대륙의 동쪽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의 서쪽에 위치하고 편서풍이 부는 지역에서 나타난다. 특히 무엇보다도 1년 내내 대서양에서 흘러오는 따뜻한 바닷물인 북대서양 해류가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 해류는 아열대 지역인 멕시코 만에서 출발해 미국 동부 해역을 통과해 올라가는 걸프 해류(멕시코만류)가 대서양을 건너 북서쪽인 유럽 쪽으로 이어지는 해류를 말한다. 아열대 지역에서 올라오는 해류인 만큼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이 해류의 영향을 받는 북위 60도 지역의 서부 유럽까지도 겨울철에 온화한 날씨가 나타난다.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에서와 같은 빙하기가 오는 것은 아닐까?
 
독일과 덴마크, 미국, 스페인 공동연구팀이 북대서양 해류 흐름의 변화를 추정하기 위해 위성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20세기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Rahmstorf et al., 2015). 분석결과 북대서양 해류가 흐르는 해역의 수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70년대부터 수온 하락 폭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세기 들어 따뜻한 북대서양 해류가 점점 적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해류 흐름의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는 뜻이다.
온난화 캡쳐_500
20세기 들어 북대서양 해류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데서 그 답을 찾았다. 북대서양에서는 바닷물의 밀도 차에 의해 거대한 해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최근 들어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린 막대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오면서 바닷물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빙하가 녹은 물은 소금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 바닷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데 밀도가 작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오면서 바닷물의 밀도 차가 줄어들어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느려졌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을 직접 측정해 해류의 흐름이 실제로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Smeed et al., 2014).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북대서양 해류가 열을 가장 많이 수송하는 해역인 북위 26도에서 해류의 흐름을 측정한 결과 해류 흐름이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더욱 크게 느려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해류 흐름이 느려지면서 영국의 겨울철 날씨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겨울(2010년 12월~2011년 2월) 영국에는 혹독한 한파가 나타났는데 이 한파는 2009~2010년에 걸쳐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크게 느려지면서 즉, 흘러오는 따뜻한 해류가 크게 줄어들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하지만 연구팀은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느려지는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빙하기를 몰고 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느려지는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온난화로 올라가고 있는 기온을 조금 낮출 수는 있어도 온난화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그린란드의 빙하가 계속해서 녹아내리고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더욱 크게 약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더욱 크게 느려질 경우 단순히 서부 유럽의 기후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북대서양 해양 생태계의 변화, 해수면 높이의 변화, 나아가 전 세계 기후변화까지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빙하, 느려지는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 해수면 상승과 해양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기후변화까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에는 인간이 활동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자리하고 있다.
 
<참고문헌>
 
* Stefan Rahmstorf, Jason E. Box, Georg Feulner, Michael E. Mann, Alexander Robinson, Scott Rutherford, Erik J. Schaffernicht. 2015: Exceptional twentieth-century slowdown in Atlantic Ocean overturning circulation.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554
 
* D. A. Smeed1, G. McCarthy, S. A. Cunningham, E. Frajka-Williams, D. Rayner1, W. E. Johns, C. S. Meinen, M. O. Baringer, B. I. Moat, A. Duchez, and H. L. Bryden, 2014: Observed decline of the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2004to 2012. Ocean Science, DOI:10.5194/os-10-2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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