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의 말과 해당 대형마트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제보자가 내리막길에 들어서면서 카트를 잠깐 놓았는데 발판에 딱 고정됐어야 할 카트가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간 겁니다. 옆에 있던 아이를 챙기느라 순간 손을 뗐는데 말이죠. 달려 나가서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카트가 빨리 내려가는 데다 여성이, 그것도 홀몸도 아닌 상황에서 누구라도 잡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장면은 대형마트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대형마트는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우선 제보자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장 본 물품을 모두 교환해줬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제보자에게 소정의 상품권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물론 제보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카트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정밀 조사를 벌인 뒤에 다른 카트에도 이상이 있는지 전수 조사까지 했다는군요.
제보자 입장에서 보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다치면 안 될 것 같아 말씀 드린다”며 공익성을 우선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쇼핑 카트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사는 그래서 취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보자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는 고객 중에 물건을 잔뜩 싣고 내리막길로 가는 사람들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아이까지 태우고 가는 사람도 많고요. 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카트에서 잠깐씩 손을 떼는 분들도 적지 않죠. 따라서 홈과 홈끼리 잘 맞물리고 고무 패드까지 정상적인 카트가 내리막길에서 어느 정도 무게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10kg짜리 쌀 한 가마니에서 시작해 성인 한 명의 무게, 70kg까지 올려놓고 내리막길에 카트를 ‘방치(?)’ 했더니 바퀴가 조금 떨리긴 했지만 발판에 잘 고정되더군요. 100kg까지 무게를 늘리려다가 마트에서 이 정도 양의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판단 아래 테스트는 70kg에서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카트가 정상적으로 움직였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중 이마트에 있는 카트 수는 1만 대, 롯데마트 7만2천 대, 홈플러스 8만 대 정도입니다. 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점검을 한다고는 하나 혹시 또 모를 일 아닙니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카트에 앉히더라도 반드시 손잡이를 꽉 잡고 이동해야 사전에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체 보유한 카트에 대해 다시 한번 전수 점검을 한다고 밝혀왔는데 아무쪼록 ‘사건 사고’ 없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