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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헐값 음원' 논란…무엇이 문제일까?

뮤지션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선 까닭은

[취재파일] '헐값 음원' 논란…무엇이 문제일까?
여러분은 요즘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 좋아하시나요? 즐겨 듣고 계신다면, 어떤 방법으로 들으시나요? 요즘에는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서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에 가입해서 음악을 듣는 분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음원 유통업체에 문의했더니 수익 기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의 비율이 3:7 정도라고 하던데,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스트리밍이 대세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타이달’이라는 새로운 ‘음악·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문을 열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비슷한 월 9.99달러의 일반 스트리밍 패키지도 있지만, 월 19.99달러의 고가 스트리밍 패키지도 있습니다. 고가 패키지의 경우 모바일(휴대전화) 버전은 가격이 25.99달러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고가 패키지는 고음질의, 이른바 ‘무손실 음원’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데, 음악은 공짜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 사이트의 출현이 관심을 모은 건, 투자자들의 면면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미국 힙합계의 거물 제이지입니다. 제이지는 올 초 타이달의 모회사인 스웨덴의 음원 서비스 업체 지분 90%를 5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00억 원 정도를 내고 인수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의 아내인 비욘세는 물론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알리샤 키스, 그리고 마돈나까지 미국 팝 음악계의 슈퍼스타들이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들도 타이달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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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달 출시를 발표하는 날, 알리샤 키스는 단상에 올라 ‘역사상 최초로 아티스트들이 직접 소유한, 글로벌 뮤직·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탄생했다며 환호했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을 창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은 일단 무손실 음원이나 고화질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합니다. 특정 아티스트들의 경우 여기서 음원과 동영상을 독점 공개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독점적’인 콘텐츠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일부 전문가들은 맞춤형 음원을 추천한다든가 콘서트 티켓이나 스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기도 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건 스포티파이나 판도라 같은 기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음악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음악의 예술로서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음악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 배분이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수익 배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방식이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얘기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더 부정적인 전망은 시장 측면에서 나오고 있는데, 과연 미국의 음악 소비자들이 한 달에 10 달러 이상의 추가비용을 내면서까지 그들의 ‘무손실 음원’을 들으려 하겠느냐는 회의론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방송에서 행인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무손실 음원’과 ‘일반 스트리밍 음원’을 들려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소리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지 못했고, 심지어 몇몇은 ‘일반 스트리밍 음원’이 더 듣기 좋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다수의 음원 소비자들이 이어폰을 이용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재생되는 음악을 듣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게 해당 방송의 평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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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달이 하이엔드 음악 플랫폼으로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아직은 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의 흐름 속에서 음악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여기서 살아남는 문제는 IT 기업은 물론 음악인들에게도 치명적인 이슈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조직해 '음원 제값 받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신대철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음원이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음원은 곡당 3~12원에 거래되는데, 그러면 저작권자(작사·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0.27~1.1원 정도가 됩니다. 작사 작곡을 모두 한 곡이 10만 번 스트리밍이 됐다 해도 일반적인 경우 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2만7천 원 남짓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트리밍 값이 ‘헐값’인지 ‘제값’인지는 그렇게 단순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음악 시장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해져 일부의 경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어쩌면 음원 가격보다 왜곡된 시장의 양상이 문제의 본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대철 씨가 한 이야기 중에 공감이 가는 한 부분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현재의 음악 시장에서는 소수의 정말로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더 문제입니다. 음악의 생명이 현저하게 짧아져 지금은 신곡을 발표해도 불과 며칠 만에 순위권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음악 자체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다 보니 너도나도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하고 비주얼에만 신경을 쓰고 그래서 행사수익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거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만큼의 돈을 소비할 뜻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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