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타이달’이라는 새로운 ‘음악·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문을 열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비슷한 월 9.99달러의 일반 스트리밍 패키지도 있지만, 월 19.99달러의 고가 스트리밍 패키지도 있습니다. 고가 패키지의 경우 모바일(휴대전화) 버전은 가격이 25.99달러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고가 패키지는 고음질의, 이른바 ‘무손실 음원’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데, 음악은 공짜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 사이트의 출현이 관심을 모은 건, 투자자들의 면면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미국 힙합계의 거물 제이지입니다. 제이지는 올 초 타이달의 모회사인 스웨덴의 음원 서비스 업체 지분 90%를 5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00억 원 정도를 내고 인수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의 아내인 비욘세는 물론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알리샤 키스, 그리고 마돈나까지 미국 팝 음악계의 슈퍼스타들이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들도 타이달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취재파일] '헐값](http://img.sbs.co.kr/newimg/news/20150419/200830316_1280.jpg)
그들이 말하는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은 일단 무손실 음원이나 고화질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합니다. 특정 아티스트들의 경우 여기서 음원과 동영상을 독점 공개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독점적’인 콘텐츠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일부 전문가들은 맞춤형 음원을 추천한다든가 콘서트 티켓이나 스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기도 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건 스포티파이나 판도라 같은 기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음악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음악의 예술로서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음악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 배분이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수익 배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방식이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얘기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더 부정적인 전망은 시장 측면에서 나오고 있는데, 과연 미국의 음악 소비자들이 한 달에 10 달러 이상의 추가비용을 내면서까지 그들의 ‘무손실 음원’을 들으려 하겠느냐는 회의론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방송에서 행인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무손실 음원’과 ‘일반 스트리밍 음원’을 들려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소리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지 못했고, 심지어 몇몇은 ‘일반 스트리밍 음원’이 더 듣기 좋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다수의 음원 소비자들이 이어폰을 이용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재생되는 음악을 듣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게 해당 방송의 평가였습니다.
![[취재파일] '헐값](http://img.sbs.co.kr/newimg/news/20150419/200830318_1280.jpg)
국내에서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조직해 '음원 제값 받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신대철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음원이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음원은 곡당 3~12원에 거래되는데, 그러면 저작권자(작사·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0.27~1.1원 정도가 됩니다. 작사 작곡을 모두 한 곡이 10만 번 스트리밍이 됐다 해도 일반적인 경우 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2만7천 원 남짓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트리밍 값이 ‘헐값’인지 ‘제값’인지는 그렇게 단순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음악 시장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해져 일부의 경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어쩌면 음원 가격보다 왜곡된 시장의 양상이 문제의 본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대철 씨가 한 이야기 중에 공감이 가는 한 부분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현재의 음악 시장에서는 소수의 정말로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더 문제입니다. 음악의 생명이 현저하게 짧아져 지금은 신곡을 발표해도 불과 며칠 만에 순위권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음악 자체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다 보니 너도나도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하고 비주얼에만 신경을 쓰고 그래서 행사수익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거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만큼의 돈을 소비할 뜻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헐값 음원'에 맞선 가수들…"예술 가치 회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