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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댓글부대'와 위성방송에 미국도 대외방송 강화

서방에서 러시아의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선전전에 대한 경계경보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도 러시아를 겨냥한 대외 방송 강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섬으로써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간 선전전이 재연되는 양상입니다.

에드 로이스(공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푸틴의 정보전쟁무기 대응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 대외방송을 강화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긴급과제"라며 이를 위한 초당적인 입법안을 곧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냉전시대에 VOA와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리버티'(RFE/RL)가 소련과 동구권 내부로 이들 나라 사정의 진실과 "소련의 선전 감옥 밖의 세계"에 대한 소식을 불어넣어줌으로써 공산권 붕괴에 기여했으나, 냉전종식 후 구조조정을 거친 뒤엔 사실상 기능을 상실, 러시아가 재개한 정보전쟁에 대응할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 의회의 복안은, 그동안 비상근 방송위원회(BBG)가 매년 7억4천만 달러의 예산을 쓰는 각종 대외방송의 통합경영을 맡아온 것을 방송별로 분리해 각자 책임지는 경영진을 따로 두고, VOA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세계뉴스를, RFE 등 지역별 방송은 해당지역의 `자유언론'으로 활동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러시아가 과거 소련권이던 일부 나토 국가들을 '역정보'(disinformation)로 집중공략하고 있다며 "무력충돌이 우크라이나 너머로 확산되지 않도록 불안정을 미리 막으려면 이 영향력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대표적으로 든 러시아의 '정보전쟁무기들'은 위성방송인 RT(Russia Today)와 라디오방송겸 웹사이트인 스푸트니크, 그리고 상트페테르부크에 있는 '인터넷조사센터(IRC)'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댓글부대'입니다.

RT는 전 세계적으로 약 6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외국어뉴스를 서비스하기 위해 출범한 스푸트니크는 중부와 동부 유럽에 최소 29개의 지사를 설치한 데 이어 남미에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로이스 의원은 설명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 건물에 들어있는 IRS는 댓글부대를 12시간 2교대로 24시간 운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때 러시아 정부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푸틴 대통령을 미화하며 미국 등 서방의 입장을 반박하는 등의 댓글을 달도록 합니다.

이 댓글부대의 존재는 지난 2013년 러시아 야당지 기자의 잠입취재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습니다.

여기서 활동하다가 회의를 느끼고 그만둔 사람들이 최근 프랑스 AFP 통신 등과 인터뷰를 함으로써 댓글부대의 운용 실태가 많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지난 5일 프랑스의 AFP 통신과 인터뷰한 류드밀라 사프추크(34)라는 여성은 자신이 러시아의 인기 플랫폼인 '라이브저널'에 가정주부, 대학생, 운동선수 등의 아이디(ID)로 여러개의 블로그를 운용하면서 다른 뉴스 사이트와 온라인 논쟁에 하루 평균 100개의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댓글부대의 일은 "친정부적인 글을 다는 것, 모든 사안을 정부를 칭찬하고 푸틴(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미화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사프추크는 설명했습니다.

매일 아침 `우크라이나가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개혁 계획을 승인했다'는 것과 같이 댓글을 달 소재들을 휴대전화로 전달받은 뒤, "우크라이나 정부한테는 군사적 필요성이 국민이 원하는 것보다 중요한 모양"이라는 댓글을 달아 우크라이나에 나쁜 뉴스로 바꿔버리는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프추크는 러시아 임금으로는 좋은 벌이인 한달에 4만-5만 루블(700-870달러)을 받고 두달동안 '사이버 전사'로 일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지난 3월 RFE/RL와 인터뷰한 마라트 부르크하르트라는 청년도 유사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가 있던 부서는 러시아 시정부 사이트들에 댓글을 다는 일을 담당했는데, 매일 3인1조로 12시간 근무하면서 135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사람은 시정에 반대하면서 비판하는 '악한' 역할을 맡고, 다른 두 사람이 그 악한을 공격하는 토론자 역할을 맡음으로써 진짜 토론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악역을 비판하는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그래픽이나 사진을 올리고 다른 한 사람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있는 다른 사이트에 연결되도록 링크를 거는 수법을 썼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댓글부대는 돈을 벌려는 청년들이 대다수로 "푸틴과 오바마의 차이를 모르는 정치적 문맹"이었으나, "다른 일부는 자신들이 댓글로 쓰는 선전 내용을 실제로 믿었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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