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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촌지 교사' 현장서 적발…총리실 감사관 들이닥친 이유는?

[취재파일] '촌지 교사' 현장서 적발…총리실 감사관 들이닥친 이유는?
● 촌지 받다 현장에서 적발된 담임교사 2명

지난 9일 오후 4시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학교 2학년 담임교사 61살 A씨가 교실에 찾아온 학부모로부터 백화점 상품권과 미용실 무료 시술권 등 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건데요, 비슷한 시각에 바로 옆 교실의 담임을 맡고 있던 60살 B 교사 역시 학부모로부터 명품 브랜드 파우치백과 화장품 등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다 적발됐습니다. 당시 학교는 학부모 상담기간이었다고 합니다.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들이 꽤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여성 1명과 남성 4명으로 구성된 총리실 소속 감사관 5명이 은밀하게 감찰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겁니다.

● 총리실 감사관들이 왜?
 
보통 교사들의 촌지 수수 적발은 학부모들의 제보에 의해서 추후에 교육청 감사를 통해 사실이 확인되는 수순이 통상적인 과정인데요, 촌지를 준 부모와 받은 교사간에 은밀히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적발되는 일이 극히 드뭅니다. 더욱이 총리실 소속 감사관들이 직접 학교에서 촌지 수수를 현장에서 적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감사관들은 학부모가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마친 직후에 교실로 들이닥쳐 촌지로 전달한 금품에 대해 따져 물었다고 합니다. 해당 학교는 교문 앞에 학교보안관실이 따로 없습니다. 더욱이 학부모 상담기간이라 교실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 감사관들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보입니다. 감사관측은 적발 당일의 활동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총리실 감찰 범위안에는 정부 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다 포함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하더군요.

● 촌지 수수가 적발된 뒤에야 '촌지 근절' 외친 학교

학교 측은 촌지 수수 사실이 적발당하고 나흘 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학교가 촌지 문제로 적발된 사실을 우회적로 밝히면서 촌지나 찬조금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게시문을 내걸었습니다. 취재진이 학교명을 확인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 촌지 적발에 대한 소문이 퍼진 뒤였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이 학교의 주변에서 학부모들에게 평소 촌지 문제가 심각했는지 먼저 물어봤습니다. 대 여섯명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이전에는 촌지 문제가 불거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촌지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고 털어놓는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지만 절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분기기였습니다.
그래픽_학교촌지

● 사건 뒤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정작 걱정은 아이들

취재진이 교장실로 찾아가자 학교장은 거의 자포자기한 모습이었습니다. 5명이나 되는 감사관들이 촌지 수수를 적발한 뒤 곧바로 이 사실을 교장실을 찾아와 알렸고 문제의 교사들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교사들은 여전히 2학년 담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궁금한 것은 자신에게 물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촌지를 받은 교사들이 정년을 각각 불과 10개월과 1년여 남겨두고 있는 비교적 고령인데다 심신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걱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장 아이들을 방치할 수도 없어서 학교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는 교사들을 설득해 수업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들보다는 당장 아이들이 걱정됐습니다. 수업이 제대로 될리가 없어 보였고 솔직히 아직은 어리기만 한 2학년 아이들이 받게될 마음의 상처가 더 신경쓰이더군요. 교장으로부터 사건 당일 정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뒤 혹시나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봐 직접 교사들을 만나는 취재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 '촌지 수수' 문제로 얼굴 붉힌 교육청과 교원단체

얼마전 서울시교육청은 촌지 수수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 대해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습니다. 교원단체는 이 발표가 모든 교사들을 잠재적인 촌지 수수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교사들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말 학교 촌지를 예방하겠다며 만든 홍보 동영상 속에서 촌지를 받는 교사의 다양한 현장을 보여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원들의 반발은 더 커졌고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촌지 수수로 적발된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에서 교사들의 촌지 수수가 확인되자 교원단체들은 곤혹스런 모습입니다. 한국교총은 촌지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쌍벌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촌지를 받은 교사뿐만 아니라 촌지를 준 부모도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쌍벌제 도입은 어려워 보입니다.

촌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물론 학부모들이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학교와 교사들이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촌지를 비롯해 어떤 선물도 절대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학교 홈페이지나 알림장을 통해 반복해 밝힌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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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지 신고시 보상금 최고 1억"…반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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