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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에 부메랑된 '랜드마크72'…비자금 창구 의혹도

경남기업이 부메랑을 맞은 대형 사업 가운데 하나로 베트남에 지은 '랜드마크72'가 꼽힌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신흥 도심 팜흥로에 위치한 랜드마크72는 72층짜리 타워 동과 48층짜리 아파트 2개 동으로 10억5천만 달러(1조2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타워동의 높이가 346m에 달해 베트남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을 정도로 이곳의 최고층 빌딩이다.

건축 연면적이 60만8천㎡로 여의도 63빌딩의 3.5배에 이른다.

한 교민은 15일 "현지인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말 그대로 베트남의 '랜드마크'"라고 말했다.

랜드마크72는 하노이 정도(定都) 천 년을 기념하는 '하노이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2007년 착공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했고 베트남 정부도 이 건물의 상징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착공 당시 베트남 관가에서 경남기업의 사업 성공 여부를 놓고 내기를 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한다.

한 한국인 사업가는 "경남기업의 사세를 생각할 때 초대형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사업비 가운데 5억 달러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자체 자금과 분양자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자금난에 직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11년 완공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약 1천만 원으로,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한 서비스 레지던스인 아파트 2개 동의 분양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사무실과 상가의 분양은 부진했다고 현지 부동산업계는 전했다.

도심 외곽이라는 입지 때문에 분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말레이시아계 팍슨백화점은 입점 3년여 만인 작년 말에 영업 부진으로 철수했다.

애초 경남기업이 추진한 5성급 인터콘티넨탈호텔의 입주는 차일피일 미뤄진 상태다.

다만 랜드마크72 주변에 한국인 주재원과 교민들을 모여 살며 '한인 타운'을 이루고 있어 이들을 상대로 하는 베트남 주재 한국 기업 일부와 음식점들이 입주했다.

부동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무실 공실률이 30∼40%"라며 "그러나 서비스 레지던스에는 한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데다 수요도 꾸준히 있어 월 임대료도 주변 지역보다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한국 검찰의 수사와 관련, 교민들은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건설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베트남에서는 인허가 등 사업 추진과 관련해 사업비의 최고 10%를 부가가치세처럼 소개비나 사례비로 제공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남기업이 실제로 사례비를 제공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렇게 했다면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부인 동모 씨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 씨는 랜드마크72의 완공 이후 실질적인 운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마크72의 관리업체인 체스넛비나는 사실상 동 씨의 소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기업이 이 업체에 지불할 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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