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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반 할의 '펠라이니 사용서'

[한범연의 썸풋볼] 반 할의 '펠라이니 사용서'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모예스보다 못한다고 지적 받던 반 할 감독은 어느새 팀을 챔피언스 리그 진출 안정권으로 올려 두었고, 더비 라이벌을 대파했다. 전술 단순화의 주범으로 지목 받으며 방출이 예상되던 펠라이니는 대승을 이끄는 존재가 되었다. 펠라이니와 반 할 감독, 무엇이 그 둘을 바꾼 것일까?

반 할 감독은 그 동안 펠라이니를 외면해 왔다. 강력한 몸싸움과 헤딩 능력을 지녔지만, 반 할 감독이 원하던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하진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며 많은 팬의 질타를 받아 온 반 할 감독도 챔피언스 리그 티켓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는 효율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열 번의 헤딩 경합에서 일곱 번의 성공. 펠라이니는 에버튼 시절부터 화려하진 않아도 효율에서만큼은 최고였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진 않았기 때문에 맨유 초반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고, 반 할 감독의 기대를 채우기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면을 걷어 낸다면, 그는 충분히 영리한 선수이다.

단순히 몸싸움과 공중 볼에 강한 선수를 찾는다면 '괴수' 아킨펜와도 있고, 앤디 캐롤도 있다. 하지만 펠라이니는 팀의 연결 고리 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그는 동료들에게서 55번의 패스를 받아 주었고, 이는 에레라, 캐릭, 마타 등 맨유 어느 선수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맨시티 전을 승리로 이끈 움직임은 따로 있다.

펠라이니의 공중 볼 경합은 대부분 측면에 몰려 있다. 주로 중앙에서 움직이던 펠라이니가 전략적으로 측면으로 빠지면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경합을 붙여 주었다. 결국 펠라이니의 경합 상대는 대부분 맨시티의 풀백들이었고, 훨씬 큰 키와 덩치를 자랑하는 펠라이니는 높은 승률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수혜자는 애슐리 영, 루니, 마타로 펠라이니를 믿고 세컨볼을 잡으러 달려온 동료들이었다. 그리고 체격이 크진 않지만 빠르고 기술적인 이 선수들은 덩치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둔할 수 밖에 없는 맨시티의 중앙 수비진을 헤집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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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서 흔히 쓰는 미스 매치 전술을 통해 맨시티 수비를 흔들어 놓는 결과를 얻어낸 맨유는 펠라이니에 대한 확신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사실 이 경기에서 펠라이니의 패스 성공률이 72%에 머문 상태에서 좀더 수준 높은 선수를 원할 수도 있다. 펠라이니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까지는 이끌 수 있어도, 우승을 노린다면 더 수준 높은 선수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승점 1점의 간격만을 두고 마주친 더비 라이벌을 손쉽게 눌러 버리는 펠라이니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디 마리아의 기술보다 오히려 더 직선적이고 단순하며, 이를 통해 극도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펠라이니가 더 승리에 가깝다는 것은 디 마리아에 거액을 들인 맨유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올 여름 맨유의 이적 시장은 다시 한 번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반 페르시를 내보내려 하고 팔카우의 완전 이적에 대한 생각을 접은 맨유가 가장 주력할 것은 골잡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 할 감독이 펠라이니를 더 높은 기술 수준의 선수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할 지에 대해서도 지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연 이 아프로 헤어스타일의 벨기에인은 계속 맨유 승리의 요정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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