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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범인?' 성형까지 한 어느 쌍둥이 자매의 도피극

내연남을 살해한 한 여성이 성형시술까지 받으며 1년 넘게 경찰 추적을 피하다 결국 검거됐습니다.

이 여성은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성형시술을 받아 서로 똑같은 얼굴을 만들고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 모(42·여)씨는 2012년께 유부남인 A씨를 소개받아 결혼을 전제로 2년간 교제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애초 약속과 달리 아내와 이혼하지 않은 채 김 씨를 만났습니다.

이런 관계에 불만이 쌓여가던 김 씨는 지난해 1월9일 오전 1시 서울 마포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A씨에게 재차 이혼을 요구하며 언쟁을 벌였습니다.

격해지던 언쟁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김 씨는 집안에 있던 흉기로 A씨를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김 씨는 경찰에 "A씨가 자살했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그는 바로 잠적했습니다.

도피를 도운 이는 김 씨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이었습니다.

은행 예금을 인출해 도피자금을 마련한 두 사람은 이전까지 쓰던 휴대전화를 비롯해 의료보험,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자신들의 행적을 노출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대포폰과 현금만 썼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심지어 김 씨 자매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얼굴까지 손을 봤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함께 받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쌍둥이이어서 흡사한 외모는 시술을 통해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졌습니다.

성형시술을 받거나 도피지에서 오피스텔을 임차할 때 모두 동생 이름을 쓰는 등 김 씨는 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동생 행세를 하며 살았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 이용 내역과 은행 계좌 압수수색, 김씨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지역 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소재를 추적했으나 김 씨를 특정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잘못해서 동생을 붙잡았다가는 김 씨가 더 깊이 잠적할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하던 김 씨는 동생 이름으로 도시가스와 유선방송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꼬리를 밟혔습니다.

경찰은 해당 지역 일대 편의점 CCTV 등을 분석해 김 씨의 거주지를 특정하고 잠복 끝에 최근 그를 붙잡았습니다.

김 씨는 경찰에서 "A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김 씨의 도피를 도운 쌍둥이 여동생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형법상 범인이 친족이나 함께 사는 가족일 경우 해당 범인의 도주를 돕거나 숨겨주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친족 간 특례'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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