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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롯데-애경, '끊긴 육교 10m' 전쟁

경기도 수원시 롯데몰 수원역점과 바로 옆 수원역사 사이에는 90여m 길이의 육교가 놓여있다.

언뜻 보면 두 건물의 2층이 이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롯데몰 2층에서 출발한 보행자가 육교를 건너 곧바로 수원역사 2층으로 들어갈 수 없다.

수원역사 2층을 10m 정도 남겨두고 육교가 끊어져있기 때문이다.

육교가 이처럼 기이한 구조로 지난 5개월여동안 방치된 배경에는 롯데와 애경, 두 유통공룡의 팽팽한 '신경전'이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초 롯데는 수원역점과 수원역사를 두 건물 사이 버스환승센터를 매개로 연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원시의 버스환승센터 완공 일정이 2016년말로 연기되면서 대체 수단으로 지난해 6월부터 보행 육교를 짓기 시작했다.

버스환승센터가 완성될 때까지 사람들이 수원역사 2층과 몰 2층을 오가도록 통행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도 무산됐다.

롯데몰 2층에서 시작해 수원역사로 뻗어가던 육교는 같은 해 10월 수원역사를 코앞에 두고 멈춰섰다.

수원역사 2층 대합실과 부속시설에 대해 점유권을 가진 애경그룹 계열 '수원애경역사㈜'가 육교 연결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경은 AK네트웍스를 통해 수원역사 민자개발사업에 투자, 현재 8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역사와 연결된 AK몰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일단 지난해 11월 몰을 개장한 뒤 올해 초까지 애경에 보행육교 연결 협조 공문과 육교 완공을 요구하는 2천명의 서명을 보냈다.

그러나 애경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관련 서류를 모두 되돌려보냈다.

애경은 "2016년말 버스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어차피 철거될 육교를 롯데가 임의로 지은 것"이라며 연결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으로서는 AK몰의 강력한 경쟁자인 롯데몰로 수원역 이동 인구가 쉽게 유입되는 것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리에 롯데는 수원역사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편의'를 앞세워 육교 연결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수원역사 2층 대합실과 롯데몰 2층이 직접 연결되면 100m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끊긴 육교 때문에 시민들이 역사 건물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나 급경사의 보행통로를 통해 1층으로 내려와 인근 공사장을 피해 500m나 돌아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애인·노약자·유모차 이용자들의 안전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롯데는 강조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육교가 완공되면 보행자들은 24시간 롯데몰의 42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수원 서둔동, 평동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수원시나 코레일이 시민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방안이 무엇인지 판단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줘야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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