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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신의 방패 vs 돈 먹는 신기루"…MD 둘러싼 논쟁

적의 핵미사일을 발사 직후 적외선 레이저를 쏴 요격시킨다는 ABL 공중레이저기입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MD, 미사일 방어망의 핵심 요소로 알려져 왔지만 이미 2012년에 폐기됐습니다.

레이저 성능상 국경을 넘어 최대한 발사 원점 가까이 가서 쏴야 하는데, 그러다가는 대공 미사일에 먼저 격추당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KEI'라는 요격 미사일과 'MKV'라는 다탄두 요격체는 기존 해군 함정이나 로켓 추진체를 다 뜯어고쳐야 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업이 폐기, 보류됐습니다.

최첨단 레이더로 알려진 거대한 몸체의 'SBX' 해상 배치 엑스밴드 레이더도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미 동부 체사피크 해역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야구공 크기 물체를 식별한다는 가공할 성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식별 범위가 너무 좁아서 핵미사일과 '디코이' 즉 가짜 탄두가 쏟아져 날아올 실전 상황이 문제입니다.

[리처드 피셔/국제평가전략센터(IASC) : 너무 급하게 해상 배치 레이더 쪽으로 갔습니다. 해상 배치형은 (바닷물에) 부식하고 레이더의 가용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에서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고 미사일 방어국 평가에 참여한 유력 인사도 SBX 레이더는 "결코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에 고백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시간표에 따라 급조됐는데, 전문가들은 차라리 지상용 엑스밴드 레이더를 더 배치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일본에 2006년과 지난해 엑스밴드 레이더 2기를 배치한 것도 이런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LA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10조 원을 쏟아 부은 "실패작"이라는 언론 탐사보도에 펜타곤과 미사일 방어국이 발끈했습니다.

[케네스 토도로프/미 미사일 방어국 부국장 : 최근 SBX에 대해 쓴 글이 있었고 여러분도 봤을 겁니다. 그러한 견해에 동의할 수 없음을 온 더 레코드로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MD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미 국방부와 미사일 방어국, 국무부의 핵심 인사들이 나왔습니다.

분위기는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케네스 토도로프/미 미사일 방어국 부국장 : 위협은 실제적입니다. 북한의 KN-08 미사일은 저희가 매우 우려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대단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제히 북한의 KN-08 이동식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꼽으며 MD의 현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일부 실패작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딛고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괌에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 요격 미사일과 이에 따라붙는 AN/TPY-2 지상 배치 엑스밴드 레이더는 성공 사례로 꼽았습니다.

펜타곤 핵심 당국자는 MD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미사일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북한과 이란의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는 현실론을 폈습니다.

[엘레인 번/미 국방부 핵·미사일 정책 부차관보 : 미사일 방어는 '실버 불릿' 만능 특효약이 아닙니다. 탄도 미사일에 대처하는 능력의 일부일 뿐입니다.]

신의 방패인가 돈 먹는 신기루인가? MD의 효용과 실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제1명분으로 꼽고 있는 만큼, 펜타곤 안팎 논의의 흐름은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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