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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해안 산불 15년…어디까지 회복됐나?

단계적 생태계 회복 진행…30년은 돼야 포유류까지 회복 가능

[취재파일] 동해안 산불 15년…어디까지 회복됐나?
지난 4월 7일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이 처음 일어난 지 꼭 15년이 되는 날이다. 4월 7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처음 시작한 산불은 강릉과 동해, 삼척에서 추가로 발생하며 15일까지 계속됐다. 연인원 12만 6천 명, 9일 동안 헬기 277대가 동원됐지만 국공유림과 사유림 등 23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태운 뒤에야 완전하게 꺼졌다. 산림과 건축물, 가축, 임산부산물 등 금액으로 환산 가능한 것만 1,071억 원의 피해를 남겼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1천억 원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산불피해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일까?

● 봄이 오는 산불 현장

2천년 산불 피해지였던 강원도 삼척시 노곡리 일대를 찾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피해지엔 산불 직후 인공 조림해 놓았던 소나무 묘목이 벌써 4~5미터의 제법 큰 나무로 자라있었다. 불길 속에서도 밑동이 살아남았던 활엽수 가지에는 새순이 돋고 있었고, 진달래도 화사하게 피고 있었다. 산 아래 작은 개울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웅덩이에는 산개구리가 낳은 알이 보였다. 15년이란 긴 세월은 산불 피해지의 모습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변화를 살펴본다.
 
[취재파일] 산불
● 산불 뒤…3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용역을 통해 조사한 결과 어류는 산불 이후 3년 만에 산불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피해가 없었던 주변의 다른 수계 하천과 비교했을 때 우점종과 아우점종인 물고기들이 3년 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란과 성장, 치어의 생육상태도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 속의 어류는 상대적으로 산불의 열기로부터 피해를 덜 받고, 산불에 따른 재와 토사의 유입도 어류에게는 지속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9년…수서 무척추동물 회복
 
어류에 이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물 속에 사는 수서 무척추동물이다. 산불 피해가 없던 주변 지역에서는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집을 짓거나 나뭇잎에 붙어서 사는 우묵날도래류와 옆새우류가 많이 관찰됐는데 산불 피해지에서는 산불 직후 이런 종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로 낙엽이나 나뭇가지가 대부분 타버려 하천으로 유입되는 양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뒤 식생이 조금씩 안정화되면서 출현 종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9년 정도 지나면서 출현 종수와 개체 수 모두 안정화 된 것으로 확인됐다.
 
● 13년…개미류 회복
 
산불 미 피해지역에는 모두 27종의 개미가 존재하는데 산불 직후 13년이 지난 뒤 산불 피해지역에도 이와 비슷한 종수의 개미가 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 복원지에는 26종, 인공복원지에도 21종의 개미가 산불 이후 13년 만에 확인됐다.
 
● 30년…숲 & 동물
 
조류와 큰 포유동물에겐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류는 곤충이나 나무 열매와 같은 먹잇감 등의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4년 정도 더 지나야 예전의 종 수와 개체 수를 회복할 것으로 추정된다. 숲도 지금부터 15년은 더 지나야 정상적인 숲의 구조와 기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자라는 어린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고 뒤이어 작은 나무와 그보다 더 작은 나무, 초본, 균류 등 다양한 식생이 층층이 어우러져야 온전한 숲의 모양과 기능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숲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포유류에도 15년은 더 지나야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이 끝난 뒤 차츰 유입되는 초본과 키 작은 나무, 곤충을 뒤따라서 소형 포유류가 나타나고, 그 이후 나무가 커서 충분한 은신처와 넓은 서식 공간이 제공돼야 대형 포유류가 나타난다. 이들을 먹이로 하는 포식자는 비로소 그 뒤에야 유입된다.
 
● 토양,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토양의 회복 상태는 더욱 더디기만 하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백도의 고온에서 숲 속의 유기물이 탄화되면서 질소가 대기로 유출된다. 산불 발생 직후 타고 남은 재가 두껍게 쌓이면서 토양의 발수성(撥水性)이 높아져 토양의 수분함양이 줄어든다. 산불 피해가 없던 강원지역의 다른 토양과 비교했을 때 산불 피해지역 토양의 유기물 함량은 60%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3년이 지난 뒤에도 고작 64%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총 질소 함유량도 47.6%까지 감소했다가 2013년에도 28.6%에 그치고 있다.
 
산림과학원의 연구원들은 토양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몇 년이 더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산불이후 지금까지 걸린 시간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풀뿌리 나무뿌리가 더 깊이 땅속을 파고들고, 잎이 떨어져 쌓이고 분해되고, 수많은 동물과 곤충이 땅을 뒤엎으면서 상호 생명작용이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산불은 숲 속의 모든 생명체에게 참혹한 재앙이다. 눈에 보이는 나무와 풀, 동물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숲의 생명체를 이용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도 산불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15년 전의 산불 현장에서 보듯이 산불은 단순히 수치화할 수 있는 금전적 손실을 넘어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까지 한 번에 앗아가는 것이다.

▶ 산불 한 번 나면…수십 년 동안 끝나지 않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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