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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롤스로이스 사기…피해자·가해자 모두 한통속

2013년 11월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자동차수입업체 대표 유모(37)씨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지인 조 모(49)씨한테서 빌려 매장 전시용으로 사용해 온 롤스로이스 리무진 차량을 잠시 길가에 주차한 사이 노래방 업자 나 모(42)씨가 추돌사고를 일으킨 것입니다.

이 차량은 국내에 단 한 대뿐인 희귀 차량이었고, 보험사는 유 씨가 제출한 세금계산서 등을 토대로 해당 차량의 가치가 시가 25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에 유 씨는 보험사에 미수선수리비 명목으로 2억1천만 원을 요구했지만, 협상 끝에 받아낸 금액은 5천만 원이었습니다.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를 비교적 싼 금액에 해결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보험사는 얼마 뒤 황당한 민원을 받았습니다.

롤스로이스 리무진 차량의 실소유자는 조 씨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사채업자 한 모(43)씨가 나타난 것입니다.

문제의 롤스로이스 리무진은 배기량 기준을 못 맞춰 도로주행 허가가 나지 않은 전시용 차량이고, 전시용 차량은 관련 서류를 가진 사람을 실소유자로 간주합니다.

한 씨는 서류 원본을 내보이며 "엉뚱한 사람이 위조한 서류로 내가 받아야 할 보험금을 대신 타갔으니, 내게 다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보험사는 작년 8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이 밝힌 진상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유 씨와 조 씨, 나 씨는 물론 한 씨까지 등장인물 4명이 나란히 짜고 보험사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조 씨는 2013년 8월 롤스로이스 리무진 차량을 담보로 한 씨로부터 2천500만원을 빌렸는데, 이를 갚지 못하면서 자신은 물론 대출을 알선했던 유 씨까지도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경기 악화로 여유가 없었던 두 사람은 보험사기로 수익금을 나눠갖자고 한 씨에게 제안했고, 나 씨를 끌어들여 사고를 낸 뒤 보험금 5천만 원을 타냈습니다.

문제는 수익금 분배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유 씨와 조 씨는 5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한 씨에게 넘겼는데, 애초 3천만 원을 받기로 했던 한 씨가 불만을 품고 담보로 갖고 있던 차량 관련 서류를 이용해 보험금 5천만 원 전액을 혼자 차지할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보험료만 큰 폭으로 오른 나 씨가 범행을 실토하면서 이들은 전원 재판정에 서게 됐습니다.

경찰은 "국내 단 한 대뿐인 차량이라지만 중고차라 그만큼 가치가 나오지 않는다"며 "유씨는 2008년 1억 원에 이 차를 수입했으면서도 가격을 위조한 세금계산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차량 가치를 25억 원으로 부풀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완전범죄가 될 수 있었지만 사채업자가 보험금을 혼자 차지하려고 나선 덕분에 표면화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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