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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기술로 미국 정보요원들 비밀공작활동 어려워져

미국 정보기관들이 눈의 홍채나 얼굴 인식 기술의 발전 덕분에 테러리스트나 이민사기꾼들을 색출하는 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나 거꾸로 미국 정보기관 역시 그만큼 비밀공작 활동이 어려워지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물론 테러 조직이나 범죄 조직들마저도 같은 기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때문에 정보기관원들이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기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는 6일(현지시간) "위조여권에 가발을 쓰고 수염을 붙이는 방법으로 신분을 감추고 몰래 타국에 입국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일단 홍채인식 정보가 기록에 남으면 발각을 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문과 홍채 정보, 얼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발전시킨 생체정보 측정 기술이 미국 비밀정보요원들도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생체인식 기술에 더해 없는 곳이 없는 폐쇄회로TV(CCTV), 인터넷 추적 장치 등도 지하요원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생체인식 정보들이 그 세계를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지, 비밀공작활동의 특성상 구체적인으로 드러난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고위간부 마흐무드 알-마부 암살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동원한 암살단이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가발을 쓰고 테니스 복장을 하는 등 관광객으로 위장한 채 마흐무드 알-마부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들의 신원이 낱낱이 탄로남으로써 모사드로선 참혹한 실패 사례가 되고 만 것입니다.

포린 폴리시는 당시 "신분탄로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출입국 보안감시 기술"이었다며 "수사관들은 위조여권 사진과 입국 기록, 신용카드 영수증, 공항과 호텔에 설치된 고해상도 CCTV 영상 정보를 취합해 암살에 연루된 이스라엘 정보요원 27명의 신원을 밝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사드 요원들이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의 이중국적을 가진 이스라엘인들의 진짜 여권들을 복사해 여권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영국은 런던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 근무하는 모사드 고위간부를 보복추방하는 등 각국이 이스라엘에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유전자표본 수집분석 분야도 아직은 생체인식 기술 정도만큼 출입국 보안감시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그 활용도가 홍채나 얼굴인식 기술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예상했습니다.

유전자표본을 이용한 신원 확인은 수시간씩 걸리는 점 때문에 현재는 출입국 보안감시에 활용도가 낮지만, 10년전엔 수주일 걸리던 것이 수시간으로 짧아진 만큼 "앞으로 10년이면 수분내로 단축될 것"이라고 정보기술회사 유니시스의 테리 하트먼 부회장은 단언했습니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장이 지난달 "인적정보 수집과 국가안보책무를 수행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됐다"며 디지털혁신국(DDI) 신설을 포함한 CIA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참모진에게 보낸 서한에서 "디지털 혁명에 대비하고 활용"토록 지시한 것도 이러한 비밀공작활동의 여건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포린 폴리시는 브레넌 국장의 조치가 위장신분으로 잠입해 활동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사이버정보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CIA의 관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CIA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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