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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시아-수니 양강 속 오만 '균형외교' 주목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 핵협상 타결, 예멘 사태 등으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긴장이 어느 때보다 팽팽해지면서 오만의 균형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중동정세가 불안해짐에 따라 이들 양강을 축으로 '친(親)이란이냐 반(反)이란이냐'는 갈림길에 선 다른 아랍권 국가의 처지와 비교하면 오만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오만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에 대한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은 반군 후티를 이란의 대리자로 보는 만큼 이번 공습의 궁극적인 목표는 후티 소탕이라기보다 이란에 걸프지역 교두보를 내주지 않겠다는 데 있다.

오만은 예멘을 제외한 걸프지역 6개 산유국의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의 회원국으로 다른 5개 수니파 왕정과 외교노선을 함께 하지만 유일하게 예멘 공습에서 빠졌다.

올해 2월 후티의 쿠데타로 예멘 정부가 전복되자 미국, 영국 등 서방과 걸프지역 국가가 후티를 압박하기 위해 수도 사나의 대사관을 임시 정부가 차려진 남부 아덴으로 속속 옮겼다.

그러나 걸프지역 국가에서 오만만 사나에 대사관을 그대로 뒀다.

후티의 쿠데타 뒤에도 사나에 대사관을 유지한 곳은 러시아와 중국 등 친이란 국가였다.

이런 독자 행보는 자칫 다른 걸프지역 국가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었지만 오만은 이를 무릅쓰고 자신의 호흡을 지켰다.

오만은 사우디 편에 서는 대신 걸프지역에서 유일하게 이란과 통할 수 있는 중재자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수니와 시아파의 교량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이란도 오만에 대한 신뢰가 높아 최근엔 예멘 사태를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하는 길을 모색하려고 오만 정부를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핵협상 초기 불신이 가득한 미국과 이란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도 오만이었다.

지난해 11월24일 핵협상 타결 시한을 2주일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한 장소도 오만 무스카트였다.

당시 핵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유세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이 참가국 대표가 아님에도 협상장에 참여해 미국과 이란의 중재를 담당해 협상이 중단되지 않도록 윤활유로 작용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일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첫 단계에서 핵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중요한 역할을 한 오만에 감사하다"고 말했을 만큼 오만의 균형외교는 가치를 증명했다.

이전에도 오만은 2009년과 2012년 미국과 이란의 죄수 교환에도 기여했다.

비록 산유량(일일 92만 배럴)이 이웃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경제력은 걸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오만이 중동의 갈등 상황에 균형추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이다.

이란과 가장 가까운 오만의 영토인 북부 무산담 주(州)의 사투리는 아랍어에 페르시아어가 섞여 다른 지역 아랍인이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이란과 교류가 빈번하다.

폭 60㎞ 정도의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오만 외교 정책의 기본은 실용주의다.

이란과 사우디 양강이 충돌하면 걸프지역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자신이라는 점을 인식한 오만 군주 술탄 카부스 빈사이드 알사이드는 입버릇처럼 "이란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오만의 주류가 이슬람 이바디파로, 수니와 시아파에 속하지 않는다는 종파적 특성도 균형 외교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런 점에서 소수 종파라는 이유로 자칫 외톨이가 될 수 있었던 약점을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삼은 오만의 외교력은 주목해 볼만하다.

이란과 사우디의 간극이 넓어질수록 중동 외교 무대에서 오만의 할 일은 많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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