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한전부지 개발의 공공기여를 타 지역에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서울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할 한전부지와 코엑스, 잠실운동장까지 묶어서 국제교류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코엑스부터 한전부지를 지나 잠실운동장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구가 이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잠실 종합운동장은 현행 법령상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포함한 것은 한전부지 개발의 공공기여를 강남구가 아닌 타 지역에 사용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공공기여의 의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공공기여는 사업주체가 개발을 하면서 공공을 위해 일정 금액이나 개발 부지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건축 개발을 하면 재건축 부지 내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원 부지를 기부채납하는 것이 공공기여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한전부지를 개발하면서 공공기여를 해야 합니다. 한전 부지의 일정 부분을 내놓던지, 일정 금액을 내야 합니다. 한전부지는 땅 값이 비싼 곳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0조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이 땅을 샀습니다. 공공기여 산출 기준은 공시지가가 기준이 됩니다. 비싼 땅일수록 그만큼 공공기여도 많아지는 겁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 원이 넘는 돈을 주고 한전부지를 샀지만, 개발될 한전 부지에 대해 아직 용적률이나 건폐율 같은 조건들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아직 공시지가가 정확히 나온 상황은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최소한 5조 원은 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공공기여는 통상적으로 40%선에서 이뤄집니다. 계산해 보면 한전부지 개발로 약 2조 원이라는 엄청난 공공기여 금액이 나옵니다. 재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에게는 탐나는 돈입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이 공공기여금을 강남구가 아닌 타 지역에 사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남구가 지칭하는 ‘타 지역’은 ‘송파구’입니다. 강남구가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은 송파구에 있습니다. 강남구는 강남구에 있는 한전부지에서 일어난 개발로 생긴 공공기여를 서울시가 송파구에 있는 잠실운동장에 사용하려고 한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한전부지 개발로 강남구의 교통체증이 증가하는 등 강남주민들이 살기 더 불편해 지는 만큼 이 개발로 인한 공공기여를 강남주민을 위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 사용하는 게 우선이지, 다른 지역에 우선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해 잠실운동장까지 포함시키면서 강남구에 있는 한전부지에서 생긴 개발 이익을 송파구에 있는 잠실운동장에 사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잠실운동장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강남구와 사전 협의도 충분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전부지 개발을 놓고 우선사업자인 현대차와 사전협상에도 강남구를 빼놓고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서울시 "이미 발표된 계획이고, 충분히 협의했다"
그리고 코엑스부터 잠실운동장 일대를 묶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한전부지의 개발 이익으로 잠실운동자 부지 개발을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었다고 덧붙였고 이 과정에서도 충분히 강남구와 협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서울시장이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사전협상과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인허가사항까지 모든 권한을 법으로 가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현대차가 한전부지 개발 사전 협상을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강남구가 사전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실무 TF와 협상정책회의를 통해서 충분히 의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서울시 "서울시 전체 발전을 위한 결정이다"
그런데 민간 투자를 받으려면 공공시설인 잠실운동장 리모델링과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은 서울시가 부담해야 적극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이 부분을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를 충당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나머지 부분은 민간 투자를 받아 잠실운동장을 개발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잠실 운동장을 관광명소로 개발하고 길 건에 있는 한전 개발과 연계해 코엑스-한전부지-잠실운동장을 연결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를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구는 잠실운동장이 서울시 소유인만큼 서울시가 재원을 확보해서 리모델링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노력없이 강남구의 개발 이익으로 대처하려고만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공공기여 사용처를 놓고 싸우고 있지만, 코엑스-한전부지-잠실운동장까지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서울시는 내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잠실운동장까지 지구단위계획지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심의해 최종 의결합니다. 그리고 한전부지 개발 우선사업자인 현대차와 사전 협상을 벌어야 합니다. 사전 협상에서 공공기여를 놓고 현대자동차그룹과 줄다리기를 이제 해야 합니다. 이미 지난 1월 서울시는 현대차의 개발안에서 교통체증 문제와 공공기여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개발안을 다시 돌려보낸 상태입니다. 공공기여를 잠실운동장에 사용하겠다는 것도 서울시의 계획일뿐 현대차와 협의가 남아있는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공공기여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강남구만 서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강남구가 한전부지 문제를 놓고 강하게 나오는 속사정은 서울시의 독단적인 행정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강남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강남구가 적극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여서 강남구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너무 일방적으로 해왔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전부지 개발 문제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현대차와 사전 협상을 앞두고 서로 협조하고 협의해서 공공의 이익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할 주체들이 서로 자기주장만 하며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남구에서 일어나는 개발의 이익을 강남부터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강남구의 논리는 강남구민에게는 박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민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