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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 만연한 부패, 알샤바브 테러 위협 키웠다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지난 2일 케냐 가리사 대학 캠퍼스를 공격했을 때 148명의 목숨이 희생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알샤바브의 테러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케냐 정부의 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은 많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케냐에서 테러공격으로 3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5일 추산했다.

가리사 대학에 재학 중인 후세인 말람은 "이번 테러는 치안 부재와 정부 부패에 관한 문제다. 새로울 것이 없으며,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안보 이슈를 정부는 완전히 무시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말람은 공격이 있던 날 새벽 한 친구로부터 학교에 가지 말란 전화를 받자마자 총성을 들었다고 밝혔다.

알샤바브 대원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캠퍼스 안으로 진입해 대부분 학생이 단잠에 빠져 있던 기숙사를 공격했다.

정오까지 4개 동의 기숙사 중 3개 동의 학생들이 학교를 탈출했으나 네 번째 기숙사에서 범인들은 비무슬림 학생들을 가려내 즉결 처형하거나 인질로 잡았다.

테러 소식에 2시간을 걸어 현장에 도착했다는 파르히야 하지는 "인질들이 13시간 동안 갇혀 있었을 때 정부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는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고, 정부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생존 학생들은 천장이나 옷장에 장시간 숨어 있다 경찰 수색대에 발견되기도 했다.

마침내 4명의 범인은 사살됐고 그들의 시신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전시됐다.

케냐 내무부는 범인 중 한 명이 지난해 행방불명된 인근 만데라 지역 고위관리의 아들이라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케냐는 지난 2013년 67명의 인명을 앗아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이후 이듬해 북부 만데라에서 알샤바브의 두 차례 공격에 비무슬림 64명이 살해되는 등 치안상황이 날로 악화했다.

국제앰네스티(AI)의 아프리카 연구원 압둘라히 할라크헤는 "알샤바브가 공격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정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알샤바브는 2006년 이후 가장 쇠약해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는 소말리아와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치안이 크게 불안하다.

할라크헤는 알샤바브를 비롯해 그 누구라도 국경을 넘어올 수 있다며 "케냐 경찰은 가장 부패한 정부기관임이 틀림없다. 200달러만 쥐여주면 아무나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활동가인 보니페이스 므왕기는 "부패한 정부관리 덕에 알샤바브는 케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케냐를 조사대상 174개 국가 중 145번째로 부패한 국가로 평가했으며, 케냐 경찰은 정부기관 중 가장 부패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주 케냐 도덕반부패위원회(EACC)는 현직 장관 5명 등 각종 정부계약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된 175명의 공직자 명단을 발표했다.

가리사 대학의 학생대표를 역임한 하산 셰이크 알리는 "케냐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부패다. 부패가 안보위협을 불러왔다. 부패가 없다면 케냐는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케냐타 대통령도 지난 4일 '나라 전체에 만연한 부패가 커다란 위협'이라며 "부패가 알샤바브를 키우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많은 케냐인은 부패뿐만 아니라 테러 위협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가 입수돼도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아프리카 분석가인 라시드 압디는 "케냐 북동부 지역의 치안이 날로 불안해진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 지역 교육시설이 공격받을 것이란 정보가 있었다. 비무슬림 학생이 많은 가리사 대학에 치안이 강화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놀랍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가리사 대학 테러가 있기 전 수주 간 케냐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알샤바브의 테러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경고를 발령했다.

특히 영국과 호주 정부는 2주 전 자국민에게 케냐의 점증하는 치안불안을 염려해 여행경보를 새로 발령했으나 케냐타 대통령은 "케냐는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안전한 곳"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은 "우방이 내린 여행경보는 사실이 아니다. 최근 테러를 겪은 프랑스 파리에 대해 여행경보가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며 비꼬았다.

알샤바브는 케냐군의 소말리아 파병을 자신들의 테러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할라크헤는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병한 2011년 이후 케냐는 극도의 치안불안을 겪고 있다. 케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군대를 보냈다면 정부는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끼리가 이미 방안에 들어왔는데 소말리아까지 가서 무슨 작전이란 말인가"라며 "2년 아니면 3년…. 출구전략은 있는가"라고 물었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발생하자 국민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며 "우리는 치안인력의 부족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겪었다. 케냐는 추가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 지경"이라며 경찰청장에게 1만 명의 경찰 예비인력을 즉시 편성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들 경찰 예비인력은 선발과정에서 부정과 부패가 의심돼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므왕기는 "경찰직에 수천 명의 대졸자가 응시했지만 정작 선발과정에서는 두뇌보다 근력을 중시해 말썽이 일었다. 많은 사람이 근로환경이 열악한 경찰에 지원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근무지에서 얻게 될 뇌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4명의 테러범을 최종 진압하기까지 10시간이 걸려 경찰 훈련과정에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결국, 부패는 이번 테러에서 살아남은 수백 명의 학생과 희생자들의 유가족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안겨주었다.

말람은 "온종일 병원과 시신보관소에서 행방불명된 친구를 찾으려고 돌아다녔다"라며 "시신 속에서 아는 이의 얼굴을 봤을 땐 너무나 무서웠다. 살해당한 친구의 시신을 마주하면 너무나 애석한 느낌이 든다"라며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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