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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덕적 해이'에 대해 경고하려 했다…공개적 망신 준 이유는?

[취재파일] '도덕적 해이'에 대해 경고하려 했다…공개적 망신 준 이유는?
지난 2일 서울의 한 사립 고등학교 급식실 앞에서 벌어진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급식비를 체납한 아이들 명단이 적힌 종이 한장을 든 이 학교 교감 선생님이 급식실 앞에서 아이들을 막아선 채 명단과 대조작업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교감은 급식비를 체납한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급식비를 빨리 내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급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교감으로부터 한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었고 어떤 아이는 밥을 다 먹지 못하고 급식실을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급식비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이들 앞에서 공개돼 버린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까요? 또 그 아이의 부모는 이 사실을 전해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이들의 가슴에 남았을 그 상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저렸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당일 한 시민단체가 해당 학교 교문 앞에서 집회를 벌였습니다. 교육자로서 부적절한 망언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공개 사과하고 해당 교감에 대한 엄중 문책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집회를 마친 시민단체 대표들은 학교장실을 방문했습니다. 학교측의 사과를 기대했지만 교장과 해당 교감의 반응은 놀랍게도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학교측이 밝힌 사정은 이랬습니다. 지난해에도 급식비에서 적자가 발생해 교장과 교감이 천만 원 정도를 물어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3일 정도 급식실 앞에서 직접 급식비를 내지 않고 있는 아이들에게 경고를 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이 학교 교장은 한 가지 사안만 보고 화를 내시는데 교육적인 측면과 비교육적인 측면이 다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은 급식비를 낼 수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아이들만을 골라 공개적으로 경고를 한 것이지 결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해명이었습니다.

교장은 일부 아이들은 휴대폰비를 내면서도 급식비는 내지 않아서 도덕적 해이로 판단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했다는 교감은 한 술 더 뜨더군요. 비교육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판단을 해서 만약 있었다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이들의 자세는 무엇이 잘못이었냐는 듯 당당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은 이번 사안이 해당 교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교장과 교감의 합의 하에 계획적으로 벌어졌던 일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학교측은 아무리 일부 학생이 급식비를 내지 않아 적자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안을 강구했어야 합니다.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 망신을 주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선 그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습니다.  참된 교육자의 자세를 운운하기 이전에 기본적인 상식 같은 이야기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꾸짖으려고 한 것일뿐 한 쪽만 보지 말아 달라고 강변하는 교장과 교감의 태도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일부 교육자들의 모습은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진 교실과 외적인 환경…. 과거와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을 학생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교육 환경 개선은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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