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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들여 재개관 세종미술관…"기획전은 나중에"

서울 도심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이 6일 전문 기획시스템을 갖춘 본격 미술관 개관을 표방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자체 기획전은 11월께 선보이고 대관 전시를 먼저 시작하는 등 스스로 "콘텐츠 준비가 부족했다"고 밝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 예산 3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1층 686㎡, 지하 1층 609㎡ 등을 통로로 연결한 '세종미술관'을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시민이 자랑하고 싶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며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해 공공미술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틀을 깬다는 취지에서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2명의 행위자가 바이올린을 부수고 이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퍼포먼스도 선보여 의욕을 내비쳤다.

지난 2월 취임한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미술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심에 제대로 된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며 "접근성을 살려 복합문화 예술공간으로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그간 공연 중심의 문화공간 이미지가 컸던 터라 전시 기능을 더욱 강화하면 인근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첫 번째 전시는 미술관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자체 전시가 아니라 5~8월 열릴 대관전으로 멕시코 작가 '디에고 리베라'전이다.

8~10월에는 미국 풍경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와 동료의 전시가 계획돼 있다.

개관 이후 세종미술관 첫 번째 기획전은 11월에 개막될 예정이고 2016~2017년에도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획전과 대관 전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세종문화회관은 소개했다.

상업화랑과는 달리 미술관이 새롭게 문을 열면 그간 준비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자체 기획한 전시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관람객은 미술관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이승엽 사장은 "기획전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픈 지적"이라면서 "콘텐츠 측면에서 저희가 그다지 준비가 잘 안 돼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재미, 대중성과 예술성이 결합한 본격 미술관을 표방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이어 "콘텐츠가 문제이긴 한데, 기획전을 하는 11월까지 기다릴 수 없어 있는 그대로 공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며 "일종의 과도기여서 그런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술관 개관을 위해 지난해 말 영입된 김노암 시각예술 전문위원은 "서울시 정책이 미술관을 많이 늘리자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미술관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제가 개입한 지가 일주일 밖에 안돼 개관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의 미술 소장품은 모두 136점 정도로 소규모라 할 수 있다.

항온·항습시설을 갖추는 등 이번 재개관으로 대관료는 이전보다 각각 1층이 23%, 지하 1층은 5% 상승한 102만4천원, 78만원으로 정해졌다.

이승엽 사장은 "미술 관련 청년 인재를 영입해 큐레이터로 고용하는 등 미술관 기능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며 "하드웨어인 공간만 있는 곳이 아니라 내용까지 갖춘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관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간인데, 대관을 하면 그 전시가 좋은 내용물이라 해도 시민 부담이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전시기획을 하려면 2~3년부터 준비했어야 하고 그 내용에 따라 공간 구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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