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집니다. 중개업소는 매물을 알선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일정액의 수수료인 중개요금을 받습니다. 중개요금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시장에 혼란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정부는 나름의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개요금도 받으려는 사람과 주려는 사람의 인식 차가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면 자유시장주의라는 근간을 어지럽히게 되겠죠. 그래서 정부는 상한선을 마련했습니다. 중개사는 최고 얼마까지만 받아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그 이내에서 양쪽이 서로 협의하도록 한 겁니다. 이 기준이 상한요율입니다.
정부는 이 상한요율을 결정할 때 서민들이 주로 거주는 주택에 관해서는 부담을 줄여줬습니다. 그 기준이 소득세법에서 정한 고가 임대차나 고가 주택 기준 이하입니다. 소득세법에서는 임대차 3억 원 이상, 매매 6억 원 이상인 주택이 비싼 주택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3억 원 이상 임대차의 상한요율은 가장 높은 수수료 요율인 0.8%, 매매 6억 원 이상인 매매의 상한요율도 가장 높은 수수료 요율인 0.9%로 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2000년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15년 가까이 지나면서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재건축 바람에 부동산 경기가 활활 타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올랐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전셋값까지 급등했습니다. 소득세법에서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고가 주택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매매는 9억 원 이상, 임대차는 6억 원이 넘어야 이제 고가 주택으로 분류됐습니다. 서민들도 이제 3억 원이 넘는 전세를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하면 6억 원 넘는 돈을 줘야 하는 게 현실이 된 겁니다. 따라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개정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특히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구간에 대한 개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제는 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범주에 임대차는 3억 원에서 6억 원 사이, 매매는 6억 원에서 9억 원 사이가 포함되니 현재 최고 상한요율 구간인 이 구간의 수수료 요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국토부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정안>
앞서 설명해 드렸듯이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상한요율제입니다. 최고 높은 기준선이 있고 그 이내에서 협의하는 겁니다. 지금 정부의 안은 상한요율을 절반으로 낮춘 겁니다. 3억 원의 전세를 구할 때 기존에는 0.8% 이내에서 협의를 해야 했지만, 개정안대로라면 0.4% 이내에서 협의를 할 수 있게 바뀌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지급률은 얼마인지입니다.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보면 0.3%~0.5% 사이가 73%가 넘습니다. 상한요율이 0.8%이지만 실제 받은 요율을 그 절반 수준이라는 겁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금도 상한요율의 절반만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정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상한 기준선이 0.4%로 낮췄으니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경쟁을 통해서 0.4% 이내로 수수료 요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겁니다. 그리고 현재 0.5% 이상 받고 있는 중개업소도 있으니 최소한 0.5% 이상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는 숫자가 주는 착시 효과는 어느 정도 있습니다. 반값 중개수수료라고 하니 내가 지금까지 냈던 수수료의 반만 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제 지급률이 개정된 상한요율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 시내에서 3억 원 전세를 계약하면 세입자는 개정 전에도 통상적으로 최고 요율기준인 240만 원을 낸 것이 아니라 0.4% 수준인 120만 원 정도만 냈습니다. 상한요율이 0.4% 이하로 개정돼 0.3%만 낸다면 세입자은 90만 원만을 내야 합니다. 실제 부담하는 수수료가 절반까지는 안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0.2%를 낸다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수수료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워낙 상한 요율이 낮아지면서 예전처럼 절반정도 깎아주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실제 반값은 현실에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입니다. 한 부동산 중개사의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0.8% 정도니까 뭐 0.5%도 받고 0.4%도 받고, 0.3%도 받았죠. 가끔 0.6% 주는 손님도 있으니 그 정도 받아도 사무실 운영은 됐으니까요. 그런데 0.4%로 정해놓고 0.2%, 0.1% 받으라고 하면 정말 사무실 운영조차 못 해요. 깎아줄 범위가 줄어든 거죠.”
● 부동산 업계 “0.5% 이상은 받아야 한다”
한국부동산중개사 협회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하나 했습니다. 처음으로 공인중개사들의 원가 분석을 해서 적정 요율이 얼마인지 연구를 해달라고 대한부동산학회에 의뢰했습니다. 대한부동산학회는 일선 대학에 있는 부동산학과 교수 3명을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했고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일단, 부동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업계와 관련한 학회에서 연구를 수행한 만큼 객관성에 한계는 있다는 점은 전제하겠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정 부동산 중개 수수료 요율은 현행 고가구가(임대차 3억 원~6억 원, 매매 6억 원~9억 원)에서 매매는 0.61%, 임대차는 0.55%로 나왔습니다. 원가인 사무실 운영비는 초기에는 전국 평균 6천6백만 원이 들고, 매년 8천5백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해 부동한 거래량을 따져 계산해 봤더니 최소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0.5%는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시의 조사를 비롯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연구용역 조사결과, 소비자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공통으로 실제 지급요율을 0.4~0.6%에 몰려 있습니다. 평균은 0.5%입니다. 이 두 데이터를 통해 부동산 업계들은 딱 받을 만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정서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 “주긴 줘야 하는데 왠지 좀 비싼 거 같아요”
"요즘 전세 구하기 힘들어서 법정요율보다 3배 더 준 사람도 봤어요."
"이 돈을 내야 하나 싶기도 하죠. 직접 거래할 수도 있는데 중간에 수수료가 비싼게 아닌가..."
"왠지 손해 보듯이 많이 주는 느낌이에요. 딱딱 정해진 부분에서 준다해도 항상 많이 준다는 생각은 항상 있어요."
"집 보여주고 계약서 쓸때 옆에 있어 주는 건데 몇 백만 원씩 받아가니까 부담스럽죠."
부동산 중개요금이 적정하다고, 당연히 줘야 하는 거로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비싸다고 느끼는 시민들의 이야기입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에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중개요금이 비싸냐고 물었더니 81.9%가 비싸다고 답했습니다. 싸다고 응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돈을 내야 하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저렴하기를 선호하고 서비스에 대해서 비싸게 느끼는 건 어쩜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는 10명 중 8명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보다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부동산 중개 업무는 서비스업종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중개업소에서 받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중개 서비스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10명 중 2명만이 만족한다고 대답한 겁니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에서는 만족하지 않은 소비자도 10명 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소비자의 절반은 ‘보통’을 선택했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보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관여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 행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받은 서비스가 특별할 게 없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 자체가 없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를 해봤다면 부동산 중개업소의 서비스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개요금을 비싸게 느끼는 소비자들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서비스는 매물을 확인해서 가격을 알려주고, 집을 보여주고, 계약서 작성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이 서비스 대부분이라고 인식할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특별하다’로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니 그만큼 중개요금이 비싸다는 정서가 퍼진 것으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분석했습니다.
● 서울시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정 언제하나?
이렇게 소비자들과 부동산 중개업계 사이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놓고 인식 차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부동산중개수수료 개정안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으면 지방정부가 지방 사정에 맞게 검토한 후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개정해 시행합니다. 강원도부터 시작해서 인천과 경기도 대구까지 정부안을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분명 부동산 업계의 반발도 심했을 텐데, 큰 충돌 없이 시행되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현재 시행을 결정한 지방정부는 개정안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물건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같이 주택가격이 비싼 지역은 고민이 깊습니다. 당연히 부동산업계의 반발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평균 전셋값은 3억3천만 원입니다. 지난 2012년 3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인 임대차 거래는 37,662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는 56,738건으로 약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매매도 마찬가집니다. 6억 원에서 9억 원 사이 매매는 지난 2012년 7,656건에서 지난해 14,085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이 구간이 개정안에서 상한요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간인 만큼 서울시 부동산 중개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청문회를 열어 부동산 업계의 의견을 포함해 시민단체의 의견까지 모아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이 절충안을 토대로 이번 달 말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서울시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이 여론에 휘둘리다 보면 조만간 또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수준을 결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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